
집행유예 후 무죄확정이 되면, 과거 구속기간에 대해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되었더라도, 항소심 무죄가 확정되면 1심 선고 전 미결구금일수를 확인해야 합니다.
집행유예로 풀려났는데, 나중에 무죄가 확정된다면?
A는 절도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습니다. A는 처음부터 범행을 부인했지만, 1심 법원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A는 집행유예 선고와 함께 석방되었습니다.
가족들은 “그래도 풀려났으니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A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도 않은 일로 유죄판결을 받아 억울했고 그래서 계속 싸웠습니다. 그 결과 항소심에서는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검사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면서 무죄판결은 확정되었습니다.
무죄판결을 확정받은 A는 기뻣지만, 그래도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과거 억울하게 구속되었던 점이었습니다. A는 형사보상 절차를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집행유예로 나왔으면 보상받을 구속기간이 없는 것 아닐까?
많은 분들이 집행유예로 석방되면 구속 문제도 함께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형사보상에서 중요한 것은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는지, 그리고 그 전에 실제로 미결구금된 기간이 있었는지입니다.
집행유예는 형의 집행을 일정 기간 유예하는 판결입니다. 그러나 그 판결이 항소심에서 파기되고 무죄가 확정되었다면, 1심 선고 전 구속되어 있던 기간은 다시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 기간은 무죄확정 전 미결구금일수였기 때문입니다.
1심 선고 전 미결구금일수는 형사보상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약칭: 형사보상법) 제2조 제1항은 무죄재판이 확정된 피고인이 미결구금을 당한 경우 국가에 구금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형사보상법 제2조(보상 요건)
① 「형사소송법」에 따른 일반 절차 또는 재심이나 비상상고(非常上告) 절차에서 무죄재판을 받아 확정된 사건의 피고인이 미결구금을 당하였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국가에 대하여 그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A처럼 구속기소된 뒤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되었더라도,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고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면 1심 선고 전 구속기간에 대한 형사보상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집행유예로 나왔는가”가 아니라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되었는가”입니다.
다만 일부 공소사실만 무죄이고 나머지는 유죄로 확정된 사건은 달리 보아야 합니다. 대법원은 미결구금일수가 유죄에 대한 본형에 산입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면, 그 산입된 일수는 형사보상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번 사례처럼 전부 무죄가 확정된 경우와 일부 유죄가 남은 경우를 구별해야 합니다.
형사보상은 국가배상과 다릅니다
무죄가 확정되면 많은 분들이 곧바로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는가”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국가배상과 형사보상은 같은 제도가 아닙니다. 국가배상은 수사기관이나 국가작용에 위법·과실이 있었는지를 따지는 손해배상 문제입니다. 반면 형사보상은 무죄재판 확정과 미결구금 사실을 중심으로 하는 별도의 권리구제 절차입니다.
따라서 이 사안에서는 먼저 형사보상 청구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국가배상까지 검토할 수 있는지는 별도 문제이고, 형사보상은 청구기간과 구금일수, 무죄판결 확정자료를 중심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형사보상금은 구금일수에 따라 계산됩니다
형사보상금은 막연한 위자료처럼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 구조는 “구금일수 × 1일 보상액”입니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은 구금에 대한 보상을 구금일수에 따라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형사보상법 제5조(보상의 내용)
① 구금에 대한 보상을 할 때에는 그 구금일수(拘禁日數)에 따라 1일당 보상청구의 원인이 발생한 연도의 최저임금법에 따른 일급(日給) 최저임금액 이상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하의 비율에 의한 보상금을 지급한다.
형사보상법 시행령 제2조(보상의 한도)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5조제1항에 따른 구금(拘禁)에 대한 보상금의 한도는 1일당 보상청구의 원인이 발생한 해의 최저임금법에 따른 일급(日給) 최저임금액의 5배로 한다.
법원이 구금일수와 사정을 고려하여 1일 보상액을 정하고, 그 금액에 구금일수를 곱해 보상액을 산정하는 구조입니다. 위 규정에 따르면 1일 보상액은 최저임금액의 1배에서 5배 사이에서 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6년에 형사보상청구의 원인이 발생한 경우, 2026년 일급 최저임금액은 82,560원입니다. 따라서 구금 1일당 보상액은 최소 82,560원에서 최대 412,800원, 즉 일급 최저임금액의 5배 이하 범위에서 정해질 수 있습니다.
가령 A가 30일 동안 구속되었다가 무죄확정판결을 받았다면, 1일 보상액이 최저액으로 정해질 경우 보상금은 2,476,800원입니다. 반대로 법원이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1일 보상액을 상한액인 412,800원으로 정한다면 보상금은 12,384,000원이 됩니다. 같은 방식으로 100일 동안 구속된 경우라면 최소 8,256,000원에서 최대 41,280,000원 범위 안에서 보상액이 산정될 수 있습니다.
결국 1일 보상액을 얼마로 정하는지가 관건입니다. 법원은 구금기간, 구금으로 인한 재산상 손실, 정신적 고통, 무죄판결의 이유,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1일 보상액을 정합니다. 따라서 형사보상청구를 할 때에는 단순히 구금일수만 적을 것이 아니라, 구금으로 인해 입은 경제적 손실과 생활상 불이익을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형사보상 청구는 언제까지 해야 할까?
형사보상은 자동으로 지급되지 않습니다. 무죄가 확정되었더라도 당사자가 기간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8조는 보상청구기간을 명확히 정하고 있습니다.
형사보상법 제8조(보상청구의 기간)
보상청구는 무죄재판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무죄재판이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에 하여야 한다.
이 기간을 놓치면 아무리 억울한 구금이었다고 하더라도 형사보상 청구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죄판결이 확정되면 판결문만 보관할 것이 아니라, 확정일자와 청구기간을 바로 확인해야 합니다.
어느 법원에, 어떤 서류로 청구해야 할까?
형사보상법 제7조에 따르면, 보상청구는 무죄재판을 한 법원에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형사보상청구에 어떤 서류를 구비해야 할까요?
형사보상법 제9조는 보상청구서에 재판서 등본과 확정증명서를 첨부하도록 정합니다.
형사보상법 제9조(보상청구의 방식)
① 보상청구를 할 때에는 보상청구서에 재판서의 등본과 그 재판의 확정증명서를 첨부하여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
② 보상청구서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적어야 한다.
1. 청구자의 등록기준지, 주소, 성명, 생년월일
2. 청구의 원인이 된 사실과 청구액
보상결정 후에도 지급청구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법원에서 보상결정을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돈이 자동 입금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상금을 실제로 받으려면 보상을 결정한 법원에 대응하는 검찰청에 보상금 지급청구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21조는 보상금 지급청구 절차를 규정합니다.
형사보상법 제21조(보상금 지급청구)
① 보상금 지급을 청구하려는 자는 보상을 결정한 법원에 대응하는 검찰청에 보상금 지급청구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청구서에는 법원의 보상결정서를 첨부하여야 한다.
③ 보상결정이 송달된 후 2년 이내에 보상금 지급청구를 하지 아니할 때에는 권리를 상실한다.
④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자가 여러 명인 경우에는 그 중 1명이 한 보상금 지급청구는 보상결정을 받은 모두를 위하여 그 전부에 대하여 보상금 지급청구를 한 것으로 본다.
특히 보상결정이 송달된 후 2년 이내에 보상금 지급청구를 하지 않으면 권리를 상실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형사보상은 “법원에 청구하는 단계”와 “검찰청에 지급청구하는 단계”가 나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맺음말
1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되었다고 해서 과거 구속기간에 대한 문제가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고,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면, 1심 선고 전 미결구금일수에 대한 형사보상 청구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핵심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집행유예로 석방되었더라도 과거 미결구금일수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 항소심 무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형사보상 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 형사보상은 국가배상과 다른 별도 절차입니다.
- 보상청구는 무죄재판 확정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에 해야 합니다.
- 보상결정 후에는 대응 검찰청에 보상금 지급청구를 해야 합니다.
무죄확정판결을 받았다면 판결문만 보관하고 끝낼 일이 아니라, 과거 구속기간에 대한 형사보상 청구기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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