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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법/군인권

군기교육대, 인권은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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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징계를 받는 병사들에게 군기교육대는 군 복무 태도를 바로잡는 장소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군기교육대의 생활 환경과 병사들의 기본권 보장 수준을 점검한 뒤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국가인권위원회는 충성마트(PX) 이용 제한, 휴대전화 사용 금지, 과밀한 생활공간, 신고 수단의 부재 등 병사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는 상황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군기교육대의 환경은 왜 이렇게 엄격해야만 할까요? 병사들의 기본권은 군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어디까지 보장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2024년 6월 11일의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내용을 중심으로 군기교육대 병사들의 생활 환경과 개선 과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군기교육대의 현실과 인권위 권고

 

1. 과밀한 생활 공간

군기교육대의 생활실은 공간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권위는 과밀한 생활공간이 병사들의 기본적인 생활권과 인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하면서, 군기교육대 생활실을 「국방ㆍ군사시설 기준」에 맞게 갖추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2. 충성마트와 휴대전화 사용 제한

현재 군기교육대 입소자에 대하여는 육군본부의 지침에 따라 일과 전후와 관계없이 충성마트 이용, 휴대전화 사용, 흡연, 개인 체력단련, TV 시청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권위는 “군 구금시설의 수용자조차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공중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 군기교육대 병사들에게도 공중전화 사용 등 외부와의 접근을 보장하고 충성마트 이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3. 진정권 보장을 위한 수단 미제공

인권위의 현장 조사 결과, 군기교육대 입소 시 또는 교육기간 중 인권침해가 발생할 경우, 고충 및 진정 제기 절차에 관한 안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인권침해 발생 시 통신수단이 제공되지 않는 상태에서 군기교육대 교관에게 구두로 신고하는 것 외에 다른 고충처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또한 고충 및 진정 제기를 위한 마음의 편지함, 국방헬프콜 등 내부 채널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 국민신문고 등 외부 채널에 대해서도 진정권 보장을 위한 수단이 제공되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에 인권위는 진정권 보장을 위한 효율적인 수단 제공을 위해서는 입소 시뿐만 아니라 입소 기간 중에도 고충신고 및 진정처리 절차 안내를 필수로 하고, 생활관 내 마음의 소리함, 국방헬프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안내문 등 일반 부대 병영생활관과 동일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무기명 진정ㆍ신고함 설치, 진정안내문 게시 등 진정권 보장을 위한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50조의5 (군인등의 진정권 보장을 위한 수단 제공)
국방부장관은 군인등의 진정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우편ㆍ전화ㆍ인터넷 등 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을 제공하고, 이를 널리 알려야 한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42조 (군인권보호관)
① 군인의 기본권 보장 및 기본권 침해에 대한 권리구제를 위하여 군인권보호관을 두도록 한다.

제43조 (신고의무 등)
① 군인은 병영생활에서 다른 군인이 구타, 폭언, 가혹행위 및 집단 따돌림 등 사적 제재를 하거나, 성추행 및 성폭력 행위를 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즉시 상관에게 보고하거나 제42조제1항에 따른 군인권보호관 또는 군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여야 한다.
② 군인은 제1항과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 별도로 「국가인권위원회법」,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또는 그 밖에 다른 법령에서 정하는 방법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진정을 할 수 있다.

 

4. 방어권 보장을 위한 변호인 접견 미허용

군기교육 처분을 받은 자가 징계항고를 하더라도 집행정지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입소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입소 후에는 변호인을 포함한 외부와의 접견도 허용되지 않아 군 구금시설 수용자보다 방어권 보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군기교육 처분에 대해 징계항고를 하더라도 군기교육 이수를 완료한 이후에야 항고심사위원회가 열리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군기교육대 입소자에 대한 방어권 보장(징계항고심 준비 등)을 위해서는 군기교육 입소 중에도 변호인과의 접견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4. 추가적 불이익의 가능성

군기교육 처분을 받은 병사는 징계항고를 하더라도 자동적으로 집행정지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군기교육대에 입소하여 징벌적 처우를 받게 됩니다. 현실적으로 항고심사위원회는 군기교육을 다 받고 나서야 열리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항고심사위원회 결과 애초의 군기교육이 과하다는 판단에 따라 휴가단축으로 감경 처분을 받게 된다면 해당 병사의 심정은 어떨까요? 징계항고심에서 애초의 군기교육 처분이 취소된 것이니까 기뻐하는 병사도 있겠지만, 군기교육 처분을 사실상 다 받았는데 이제는 휴가단축 처분을 받게 된다는 점에 불만을 가지는 병사도 있겠지요.  

 

국가인권위원회는 군기교육 처분을 다 받고 난 이후에 항고 결과에 따라 휴가단축 처분 등을 받게 되는 것을 부당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군기교육을 이수한 경우 항고 결과에 따른 처분으로 인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는 추가적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하였습니다. 

국방부 군인ㆍ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 제59조 (항고심사위원회의 의결)
③ 항고심사위원회의 의결은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한다.
1. 각하 : 항고제기가 부적법하거나 소정의 기간 내에 보정하지 아니한 경우
2. 기각 : 항고의 제기가 이유 없다고 인정한 경우
3. 인용 : 항고의 제기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여 징계처분을 취소ㆍ무효확인 또는 변경하는 것으로 의결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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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군기교육대의 역할과 인권의 균형

국가인권위원회가 군기교육대 입소 장병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육군참모총장에게 권고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군기교육대 생활실을 「국방ㆍ군사시설기준」에 맞게 갖출 것
  • 충성마트 이용 및 통신의 자유를 보장할 것
  • 진정권 보장을 위하여 무기명 진정ㆍ신고함 설치, 진정안내문 게시 등을 할 것
  • 방어권 보장을 위하여 변호인과의 접견을 허용할 것
  • 군기교육을 이수한 장병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 없는 추가적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군기교육대는 병사들의 복무 태도를 개선하고 군의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군 기강 확립이라는 명분이 병사들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이번 인권위의 권고는 군기교육대의 처우와 환경을 개선하여 병사들이 최소한의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보여줍니다.


군대는 특수한 조직이지만 그 안에서도 인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앞으로 군기교육대가 병사들의 성장을 돕는 공간으로 변모하길 기대합니다.

 

익명 결정문 (2023년 군기교육대 방문조사에 따른 장병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권고).pdf
0.20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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