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B 회사의 노동조합지부장입니다. A는 사측의 임금협상 과정에서 사측의 태도에 대해 불만을 품고 노동조합원의 찬반투표를 실시하지 않은 채 조합간부들만의 결정으로 파업을 주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B 회사 측에서는 파업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A를 업무방해죄로 고소하였습니다.
과연 A에게 업무방해죄가 성립할까요? 노동조합원의 찬반투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일까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
우선 업무방해죄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형법은 업무방해죄에 대해 5년이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314조 제1항)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입니다. 하지만 파업 등 단체행동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회사의 업무에 차질이 생기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결국 파업이 합법적인 경우와 불법적인 경우를 나눌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원은 쟁의행위가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되어 위법하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이를 위법성조각사유라고 합니다.
쟁의행위가 정당행위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
대법원은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되기 위한 조건으로 다음의 내용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습니다.
2001. 6. 12. 선고 2001도1012 판결 등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하여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한다.
결국 쟁의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 주체요건: 쟁의행위를 하는 근로자는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적법한 주체여야 합니다.
- 목적요건: 쟁의행위의 목적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노사 간 자치적 교섭을 촉진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개인적인 감정이나 보복의 목적을 가지고 하면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 절차요건: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 요구에 대해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조합원의 투표를 통해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 정당성을 얻을 수 없습니다.
- 수단요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폭력행위를 포함해서는 안 됩니다. 단순한 파업을 넘어 불법점거, 기물파손 등이 발생하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쟁의행위의 절차적 정당성 인정 요건
특히 쟁의행위의 절차적 요건과 관련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41조 제1항은 투표를 통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대법원은 과거와 달리 쟁의행위의 절차적 요건을 강조하는 입장에 서 있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41조 (쟁의행위의 제한과 금지)
①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그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다.
대법원 2001. 10. 25. 선고 99도4837 전원합의체 판결
특히 그 절차에 관하여 쟁의행위를 함에 있어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찬성결정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의 규정은 노동조합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을 도모함과 아울러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이 사후에 그 쟁의행위의 정당성 유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그 개시에 관한 조합의사의 결정에 보다 신중을 기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이므로 위의 절차를 위반한 쟁의행위는 그 절차를 따를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정당성이 상실된다.
이와 달리 쟁의행위의 개시에 앞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에 의한 투표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경우에도 조합원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실질적으로 확보된 때에는 단지 노동조합 내부의 의사형성 과정에 결함이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여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상실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위임에 의한 대리투표, 공개결의나 사후결의, 사실상의 찬성간주 등의 방법이 용인되는 결과, 그와 같은 견해는 위의 관계 규정과 대법원의 판례취지에 반하는 것이 된다.
위 대법원 판결은 기존의 대법원 입장을 변경한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과거 대법원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을 위반하여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한 과반수의 찬성결정을 거치지 아니하고 쟁의행위에 나아간 경우에도 조합원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실질적으로 확보된 경우에는 위와 같은 투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상실한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입장을 유지할 경우 위임에 의한 대리투표 등 여러 탈법행위들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절차적 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입니다.
맺음말
위 사안에서도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은 채 파업을 하였다면 적법한 쟁의행위로 인정받을 수 없으며, 이를 주도한 노동조합지부장 A에게는 업무방해죄의 책임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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