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은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단체교섭을 통해 더 나은 근로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쟁의행위(파업, 태업 등)가 발생할 수 있는데, 모든 쟁의행위가 적법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노동조합원의 "정시출근"이 쟁의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지, 그리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쟁의행위가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건 개요
한 공사의 단체협약에 따르면 근로자들은 09:00부터 근무를 시작하지만, 공사 사장의 지시에 따라 09:00 이전에 출근하여 업무를 준비한 후 정식 근무를 시작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 측에서는 사전 준비 없이 정시(09:00)에 출근하도록 조합원들에게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수백, 수천 명의 조합원들이 09:00 정각에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전화고장 수리 등의 업무가 지연되었고, 공사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사용자 측은 노동조합의 행위가 적법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넘어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정시출근 조치가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우선 노동조합원들의 정시(09:00)출근 행위가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정시출근은 준법투쟁의 일종으로 이해됩니다. 준법투쟁이란 노동조합이 의도적으로 법령이나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의 내용을 필요이상으로 엄격히 준수함으로써 업무의 능률이나 실적을 떨어뜨려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도록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는 집단행동을 의미합니다. 준법투쟁은 정시 출ㆍ퇴근 등 근무시간 준수, 시간외ㆍ휴일근로 집단 거부, 연ㆍ월차휴가 집단사용, 안전ㆍ보건수칙 준수 등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대법원은 준법투쟁의 일종인 정시출근도 노동조합원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저해하였다면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419 판결
단체협약에 따른 공사 사장의 지시로 09:00 이전에 출근하여 업무준비를 한 후 09:00부터 근무를 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피고인이 쟁의행위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도 아니한 채 조합원들로 하여금 집단으로 09:00 정각에 출근하도록 지시를 하여 이에 따라 수백, 수천 명의 조합원들이 집단적으로 09:00 정각에 출근함으로써 전화고장수리가 지연되는 등으로 위 공사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였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피고인 등이 위 공사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저해함으로써 그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한 쟁의행위라 할 것이다.
쟁의행위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압박을 가하여 단체교섭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 단체로 행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노동조합이 사용자 측의 기존 업무방식을 거부하고 집단적으로 09:00 정각에 출근하도록 한 것이 결국 공사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대법원은 이를 쟁의행위로 보았습니다. 즉 대법원은 쟁의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실질적으로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저해”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쟁의행위가 정당행위로 인정되기 위한 조건
헌법에는 근로자에게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로자의 단체행동은 필연적으로 사측의 업무방해로 연결됩니다. 하지만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로 인정된다면 범죄가 되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로 인정되어 위법성을 조각시킬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01. 10. 25. 선고 99도4837 전원합의체 판결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하여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하는바,
적법한 절차를 거칠 것
위 대법원 판례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로 인정받으려면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은 노동조합원의 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쟁의행위의 제한과 금지)
①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그 조합원(제29조의2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결정된 경우에는 그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의 직접ㆍ비밀ㆍ무기명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다. 이 경우 조합원 수 산정은 종사근로자인 조합원을 기준으로 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투표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쟁의행위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1. 10. 25. 선고 99도4837 전원합의체 판결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하여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하는바,
특히 그 절차에 관하여 쟁의행위를 함에 있어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찬성결정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의 규정은 노동조합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을 도모함과 아울러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이 사후에 그 쟁의행위의 정당성 유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그 개시에 관한 조합의사의 결정에 보다 신중을 기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이므로 위의 절차를 위반한 쟁의행위는 그 절차를 따를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정당성이 상실된다.
업무방해죄의 성립
대법원은 위의 정시출근 쟁의행위에 대해 정당한 쟁의행위의 한계를 벗어나 공사의 정상적인 업무 운영을 방해하고, 공익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고려하여, 노동조합의 행위가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419 판결
단체협약에 따른 공사 사장의 지시로 09:00 이전에 출근하여 업무준비를 한 후 09:00부터 근무를 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피고인이 쟁의행위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도 아니한 채 조합원들로 하여금 집단으로 09:00 정각에 출근하도록 지시를 하여 이에 따라 수백, 수천 명의 조합원들이 집단적으로 09:00 정각에 출근함으로써 전화고장수리가 지연되는 등으로 위 공사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였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피고인 등이 위 공사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저해함으로써 그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한 쟁의행위라 할 것이나, 쟁의행위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음은 물론 이로 인하여 공익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위 공사의 정상적인 업무운영이 방해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화고장수리 등을 받고자 하는 수요자들에게도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 점 등에 비추어 정당한 쟁의행위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고, 피고인의 이와 같은 행위가 노동 3권을 보장받고 있는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행사로서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판결의 의미 및 시사점
이번 대법원 판결은 노동조합이 취하는 모든 행위가 반드시 적법한 쟁의행위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특히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쟁의행위는 형법상 범죄로 처벌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쟁의행위를 계획할 때 절차적 요건을 철저히 준수해야 함은 물론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위한 다른 요건도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쟁의행위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이지만, 절차적 요건과 사회적 영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노동조합과 사용자 모두 법적 절차를 준수하며 상호 협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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