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실무상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는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영장을 발부받을 필요가 없이 목적물을 압수할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영장에 의한 압수와는 달리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는 압수의 범위가 불분명하고, 피압수자의 참여권 등이 문제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의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1170 판결은 몇 가지 중요한 법리를 확인해 주고 있다. 이하에서는 판결의 주요 부분을 발췌해 본다.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1170 판결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하는 사람이 거기에 담긴 전자정보를 지정하거나 제출범위를 한정하는 취지로 한 의사표시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확인되지 않은 제출자의 의사를 수사기관이 함부로 추단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제출자의 의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특정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와 그렇지 않은 전자정보가 혼재된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받은 경우, 그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부가 임의제출되어 압수된 것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
- 정보저장매체/전자정보를 임의제출받는 경우 어느 정보까지 임의제출하는 것인지 제출자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 수사기관이 임의제출자의 의사를 함부로 추단하여 정보저장매체에 담긴 모든 전자정보가 압수된 것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와 거기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임의제출의 방식으로 압수할 때, 제출자의 구체적인 제출 범위에 관한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의 사유로 인해 임의제출자의 의사에 따른 전자정보 압수의 대상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거나 이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전자정보에 한하여 압수의 대상이 된다.
이때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에는 범죄혐의사실 그 자체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것은 물론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다만 그 관련성은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살의 내용과 수사의 대상, 수사의 경위, 임의제출의 과정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ㆍ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인정되고, 범죄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이라는 사유만으로 관련성이 있다고 할 것은 아니다.
- 임의제출자의 의사를 알 수 없다면? 이 경우 압수의 대상은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전자정보에 한정"된다. 정보저장매체에 포함된 모든 전자정보가 압수되는 것은 아니다. 압수ㆍ수색의 일반적인 법리에 비추어 보더라도 관련성이 인정되는 정보에 압수 대상을 한정하는 위 법리는 타당성이 인정된다.
- 관련성은 다음 범위까지 인정될 수 있다. (i) 범죄혐의사실 그 자체 또는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 포함, (ii)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와 그렇지 않은 전자정보가 혼재된 정보저장매체나 그 복제본을 임의제출받은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를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탐색ㆍ복제ㆍ출력하는 경우, 일련의 과정에서 피압수자나 그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압수된 전자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된 압수목록을 작성ㆍ교부하여야 하며, 범죄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만약 그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i) 피압수자 측이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거나 (ii) 임의제출의 취지와 경과 또는 그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피압수자 측에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압수ㆍ수색이 적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고, 비록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복제ㆍ출력하였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 전자정보 탐색ㆍ복제ㆍ출력 과정에서의 참여권을 보장하라는 취지이다.
- 피압수자 등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압수ㆍ수색은 원칙적으로 위법하게 된다.
반응형
피해자 등 제3자가 피의자의 소유ㆍ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를 영장에 의하지 않고 임의제출한 경우에는 실질적 피압수자인 피의자가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그 전자정보 전부를 무제한 탐색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의자 스스로 임의제출한 경우 피의자의 참여권 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과 견주어 보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의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임의제출자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피의자의 소유ㆍ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라 함은, 피의자가 압수ㆍ수색 당시 또는 이와 시간적으로 근접한 시기까지 해당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ㆍ관리하면서 그 정보저장매체의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ㆍ행사하고, 달리 이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포기하지 아니한 경우로써, 피의자를 그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하여 실질적인 피압수자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민사법상 권리의 귀속에 따른 법률적ㆍ사후적 판단이 아니라, 압수ㆍ수색 당시 외형적ㆍ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사실상의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정보저장매체의 외형적ㆍ객관적 지배ㆍ관리 등 상태와 별도로 단지 피의자나 그 밖의 제3자가 과거 그 정보저장매체의 이용 내지 개별 전자정보의 생성ㆍ이용 등에 관여한 사실이 있거나 생성된 전자정보에 의해 식별되는 정보주체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그들을 실질적으로 압수ㆍ수색을 받는 당사자로 취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이른바 "실질적 피압수자"의 참여권에 대한 설명이다. 피의자가 소유ㆍ관리하는 물건을 제3자가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하는 경우에 실질적 피압수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문제는 구체적 사안에서 실질적 피압수자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해 주어야 하는지이다.
- 대법원은 피의자가 참여권이 보장되는 "실질적 피압수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피의자가 압수ㆍ수색 당시 또는 이와 시간적으로 근접한 시기까지 해당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ㆍ관리하면서 그 정보저장매체의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지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하고 행사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압수ㆍ수색 당시 외형적ㆍ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사실상의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 결국 피의자의 관여 없이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 내의 전자정보 탐색 등 과정에서 피의자가 참여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에 대한 현실적인 지배ㆍ관리 상태와 그 내부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의 보유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 키워드: 현실적인 지배관리, 전속적인 관리처분권)
- 만약 피의자와 압수물 사이에 압수ㆍ수색 당시 현실적인 지배ㆍ관리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실질적 피압수자로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참여권도 보장되지 않는다. 실제 이 사안에서도 대법원은 피고인의 압수물에 대한 현실적인 지배ㆍ관리 상태와 이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관리처분권이 압수ㆍ수색 당시까지 유지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을 당시 "실질적 피압수자"로 평가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 판결의 입장에 의한다면, 자기 개인의 PC가 아닌 회사가 소유/관리하는 PC를 이용하면서 전자정보를 만들 경우, 그러한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ㆍ수색 과정에서 정보주체 본인이 참여권을 주장하기 어렵고, 압수ㆍ수색을 통해 확보된 전자정보는 그대로 본인에게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회사 PC에 대한 개인의 현실적인 지배관리가 인정되기 어렵고, 그 내부의 전자정보에 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이 개인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 PC가 아닌 곳에서 문서작업을 할 경우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다.
반응형
'형사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관명예훼손죄에서의 위법성조각사유 (0) | 2024.07.23 |
---|---|
아파트 공용부분에 대한 주거침입 (0) | 2023.07.09 |
범죄혐의와 관련성 없는 정보의 압수ㆍ수색과 그 보관행위의 위법성 (0) | 2023.07.08 |
추행 vs. 부적절한 신체접촉 구별기준 (0) | 2023.07.05 |
강제추행의 개념과 판단기준 (0) | 2023.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