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가 자신의 집을 팔았어요. 그런데 그 집엔 은행이 담보를 잡고 있고, 은행은 그 외에 다른 사람 집도 같이 담보로 잡고 있어요. 이런 경우도 사해행위 취소소송이 가능할까요?”
부동산에 공동저당이 설정된 경우, 일반채권자가 사해행위로 그 거래를 취소시킬 수 있는지는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입니다.
오늘은 그 핵심 개념과 판례를 알기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공동저당이란 무엇인가요?
먼저 공동저당 개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공동저당이란 쉽게 말해 한 사람이 빚을 지고, 그 빚을 담보하기 위해 여러 채의 부동산을 저당 잡히는 것을 말합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각 부동산에서 채권 전액을 담보할 수 있어 채권을 보다 확실히 회수할 수 있게 되고, 채무자 입장에서는 담보 가치가 낮은 여러 부동산을 묶어 고액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A가 은행에서 5억 원을 빌리면서 본인의 집 1채와 부모님의 집 1채에 같은 근저당권을 설정했다면, 이 두 집은 공동저당물건이 됩니다. 즉, 은행은 A가 빚을 갚지 않으면 어느 쪽 집이든 팔아서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시간이 흘러 A가 본인 소유의 집을 타인에게 양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일반채권자 B는 “이건 재산을 빼돌린 거니까 사해행위로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그 집에는 A 부모님의 집과 함께 공동저당이 설정되어 있었죠.
여기서 B는 궁금해집니다.
“이 집도 결국 저당이 걸려 있는 거고, 다른 집도 함께 묶여 있다면…
내가 취소소송을 해도 되는 걸까?”
민법 제368조의 기본 원칙
이 문제에 대한 실마리는 민법 제368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민법 제368조는 공동저당이 설정된 부동산이 여러 개일 경우, 각각의 부동산은 그 시가(시장가치)에 비례해 저당 부담을 나눠 갖는다고 규정합니다.
제368조(공동저당과 대가의 배당, 차순위자의 대위)
① 동일한 채권의 담보로 수개의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그 부동산의 경매대가를 동시에 배당하는 때에는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에 비례하여 그 채권의 분담을 정한다.
② 전항의 저당부동산중 일부의 경매대가를 먼저 배당하는 경우에는 그 대가에서 그 채권전부의 변제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에 그 경매한 부동산의 차순위저당권자는 선순위저당권자가 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다른 부동산의 경매대가에서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의 한도에서 선순위자를 대위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다.
즉, A의 집이 3억, A 부모님 집이 2억이라면, 전체 부동산은 5억이고
A의 집은 전체 저당 부담 중 60%, 부모님 집은 40%를 진다고 보는 것이죠.
따라서 사해행위 판단을 할 때도, A가 넘긴 집이 자기 몫의 담보 부담을 뺀 잔여가치가 있어야 사해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판례는 여기서 반전을 줍니다!
대법원은 위 원칙에 예외를 인정했습니다. 바로 물상보증인의 부동산이 함께 있는 경우입니다.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78234 판결
여러 개의 부동산 중 일부는 채무자소유이고, 일부는 물상보증인소유인 경우에는 물상보증인이 민법 제481조, 제482조의 규정에 의한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채무자소유 부동산에 대하여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채무자소유 부동산에 관한 피담보채권액은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전액으로 봄이 상당하다.
즉 대법원은 공동저당 중 일부가 물상보증인(즉, 제3자)이 제공한 부동산이라면, 그 보증인은 채무자에게 나중에 구상청구를 하게 되므로, 결국 채무자는 전체 빚을 다 떠안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따라서 채무자소유 부동산이 전체 채무액을 부담하는 것으로 된다고 본 것입니다.
예시로 풀어보기
- A는 5억 원을 빌렸습니다.
- A는 본인 소유 부동산 1채, 그리고 친구 B의 부동산 1채를 함께 담보로 잡았습니다. → 공동저당 설정!
- 나중에 A가 자기 집을 처분했는데, 다른 채권자 C가 “이건 사해행위다!”라고 주장했죠.
이때 일반적으로는 “각 집이 시가 비율대로 저당을 나눠 가지니까, A의 집은 5억 중 2.5억만 책임지는 걸로 보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판례는 이렇게 본 겁니다:
“B는 물상보증인이고, 나중에 A에게 돈 갚으라고 할 수 있으니까…
결국 A가 5억을 전부 부담하는 셈 아닌가?”
→ “그러니 A의 집이 전액을 담보한다고 보고, 잔여가치가 없으면 사해행위 아니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판단할까요?
법은 실제 경제적 효과를 따져서 판단합니다.
형식상 B의 부동산이 함께 저당 잡혔다고 해도,
실제로는 B가 갚고 나면 다시 A에게 구상하게 되므로,
결국 A가 빚을 다 짊어지는 구조가 됩니다.
그래서 A의 집이 전체 채무를 부담한다고 간주하는 것이죠.
실무 팁: 소송 전에 확인할 것들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준비하는 일반채권자라면, 다음과 같은 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공동저당 설정 여부 → 여러 부동산에 동일한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나요?
- 함께 저당잡힌 부동산이 제3자 소유인지 → 물상보증인이 있다면 안분 계산이 달라집니다!
- 물상보증인이 채무자에게 구상청구할 수 있는지 → 이 여부에 따라 “전액 부담”이냐, “안분 부담”이냐가 갈립니다.
이 판단이 잘못되면, 취소소송을 제기해도 “사해행위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패소할 수 있습니다.
정리: 공동저당의 경우 물상보증인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 공동저당이 설정된 경우, 보통은 부동산 시가에 따라 담보 부담을 나눕니다.
- 하지만 그 중 일부가 물상보증인의 소유이고, 구상권이 인정된다면
→ 채무자는 사실상 전체 빚을 떠안는 것이므로
→ 자신의 부동산이 전체 채무를 담보한다고 보고 사해행위 성립 가능성을 판단합니다.
따라서 부동산이 담보로 넘어갔고 사해행위를 의심하는 경우, 단순히 등기만 볼 것이 아니라, 부동산의 소유자 구조와 법적 관계까지 꼼꼼히 따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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