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NS에서 대통령이나 정치인을 향한 거침없는 비판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군인도 같은 방식으로 대통령을 비판하면 어떻게 될까요? 군인이 퇴근 후 개인 SNS에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면, 이는 단순한 의견 표현일까요, 아니면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행위일까요?
과거 한 군인이 자신의 SNS에 대통령을 비하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가 군형법상 ‘상관공연모욕죄’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군사법원과 대법원의 판결은 어떻게 나왔을까요? 그리고 이 사건이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건 개요
군인인 A는 퇴근 후 자신의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SNS 계정에 접속하여 “쥐새끼 사대강으로 총알 장전해서 신공항, KTX, 수돗물까지 다 해쳐먹으려는 듯! 총알이 좀 부족한지 내년엔 14조원 들여서 무기구입까지!”라는 글을 비롯하여 대통령을 모욕하는 표현을 수 차례 올렸습니다.
군검찰은 A를 군형법상 상관공연모욕죄로 기소하였습니다.
과연 A는 상관공연모욕죄로 처벌되었을까요?
법정에서는 어떤 논란이 있었을까요?
관련 법률규정과 쟁점
우선 상관공연모욕죄의 구성요건부터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군형법 제64조 제2항입니다.
군형법 제64조(상관 모욕 등)
② 문서, 도화(圖畵) 또는 우상(偶像)을 공시(公示)하거나 연설 또는 그 밖의 공연(公然)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우선 여기서 공연한 방법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지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SNS에 글을 쓸 경우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되므로 공연성은 인정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상관”의 포섭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다투어졌습니다. 대통령도 여기의 상관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이죠. 군형법 제2조는 “상관”이라는 개념을 정의하고 있지만, 대통령도 여기에 포함되는지에 대하여는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군형법 제2조(용어의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상관”이란 명령복종 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명령복종 관계가 없는 경우의 상위 계급자와 상위 서열자는 상관에 준한다.
여기서 형법의 중요한 원리인 죄형법정주의가 등장합니다. 군형법에 대통령도 상관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헌법이나 국군조직법, 군인복무규율(현재는 군인복무기본법) 등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를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대통령도 군형법상 상관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비추어 맞는지 여부가 다투어진 것입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과 변호인은 군형법에서 말하는 “상관”은 민간인을 제외한 군인만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민간인인 대통령이나 국방부장관은 여기의 상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그러나 1심 군사법원, 고등군사법원, 대법원은 모두 이러한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즉 군형법에서 말하는 “상관”에는 민간인인 대통령도 포함된다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도4555 판결
① 헌법 제74조, 국군조직법 제6조는 대통령은 국군을 통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군조직법 제8조는 국방부장관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국군조직법 제9조, 제10조는 합동참모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은 국방부장관의 명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등 대통령과 국군의 명령복종관계를 규정하고 있고, 한편 군인사법 제47조의2의 위임에 의한 군인복무규율 제2조 제4호는 “상관”이란 명령복종관계에 있는 사람 사이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으로서 국군통수권자부터 바로 위 상급자까지를 말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대통령이 상관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②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는 상관에 대한 사회적 평가, 즉 외부적 명예 외에 군 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 유지 역시 보호법익으로 하는 점, ③ 상관모욕죄의 입법취지, 헌법과 국군조직법 등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하면, 상관모욕죄에서의 “상관”에는 대통령이 포함된다.
위 대법원 판례에서 논거의 하나로 들고 있는 군인복무규율은 현재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약칭: 군인복무기본법)으로 대체되었는데, 군인복무기본법 제2조도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군인복무기본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군인”이란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ㆍ준사관ㆍ부사관 및 병(兵)을 말한다.
2. “지휘관”이란 중대급 이상의 단위부대의 장, 함선부대의 장 또는 함정, 항공기를 지휘하는 자를 말한다.
3. “상관”이란 명령복종관계에 있는 사람 사이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으로서 국군통수권자부터 당사자의 바로 위 상급자까지를 말한다.
대법원 판결의 시사점
이번 판결은 군형법상 "상관"의 개념을 대통령까지 확장하여 해석한 중요한 사례였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근거로 군형법의 ‘상관’에 대통령이 포함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헌법 및 법률 규정의 체계적 해석
- 헌법 제74조와 국군조직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군의 통수권자로 규정되어 있으며, 군인복무기본법도 ‘상관’의 범위를 국군통수권자로부터 바로 위 상급자까지 포함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 이를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대통령은 군에 대한 명령권을 가지며, 군형법에서 말하는 ‘상관’에 포함됩니다.
- 군 조직의 질서 유지
-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는 단순한 개인 명예 보호뿐만 아니라, 군 조직의 질서와 통수체계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군의 지휘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군인의 대통령 모욕 행위는 군의 기강을 해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 죄형법정주의 문제
- 형법 원칙상 법률이 명확하지 않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가 적용됩니다.
- 하지만 대법원은 여러 법령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대통령을 군형법상 ‘상관’으로 해석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았고, 이에 따라 처벌이 정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판결 이후 군사법원에서는 대통령을 모욕한 군인을 군형법 제64조에 따라 처벌하는 판례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맺음말: 군인, 공적 발언의 무게를 인식해야
일반 국민이라면 표현의 자유 범위 내에서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지만, 군인은 다릅니다. 군인은 상관에 대한 복종이 강조되는 조직에 속해 있으며, 군의 기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로 작용합니다.
이 사건을 통해 볼 때, 군인은 단순한 사적인 공간이라도 공적인 영향력을 고려해야 하며, 특히 SNS와 같은 공개적인 공간에서 대통령을 모욕하는 행위는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군인의 신분을 가진 이상, 표현의 자유에도 일정한 제한이 따른다는 점을 인지하고, 공적 발언의 무게를 깊이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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