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는 간혹 말다툼이 벌어지고, 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손이 먼저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군대에서의 폭행은 일반 사회에서의 폭행과는 다른 법적 기준이 적용됩니다. 특히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한다고 해도 처벌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내폭행과 초병폭행 사례를 통해 군인의 폭행범죄에 대하여 군형법과 형법이 어떻게 적용되며,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처벌받는 경우는 어떤 조건에서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실관계
A 중사는 미혼으로 영내 간부숙소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영내 간부숙소에서 당직근무와 관련하여 말다툼을 하던 중 B 하사의 얼굴을 때리고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B를 향해 집어던졌습니다. A 중사는 답답한 마음에 술 한잔 하려고 부대 밖으로 나가던 도중 위병소에서 경계근무 중이던 C 일병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C 일병의 뺨을 수 차례 때렸습니다. 다음날 A 중사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B 하사와 C 일병을 찾아가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A 중사는 법적으로 어떤 죄를 범한 것일까요? 만약 B 하사와 C 일병이 A 중사를 용서해 줄 경우 A 중사는 처벌을 면할 수 있을까요? 군대 내 폭행은 일반 폭행과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요?
B 하사에 대한 폭행 관련
형법 제260조(폭행, 존속폭행)
①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② (생략)
③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군형법 제60조의6(군인등에 대한 폭행죄, 협박죄의 특례)
군인등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소에서 군인등을 폭행 또는 협박한 경우에는 「형법」 제260조제3항 및 제283조제3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1.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2조제1호의 군사기지
2.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2조제2호의 군사시설
3.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2조제5호의 군용항공기
4. 군용에 공하는 함선
우선 A 중사가 B 하사의 얼굴을 때리고 B 하사를 향해 물건을 던진 행위는 폭행에 해당합니다.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하지요. 따라서 B 하사의 얼굴을 때린 행위는 당연히 폭행에 해당합니다. 또한 폭행이란 반드시 신체의 접촉만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고, 때릴 듯이 신체나 물건을 휘두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행위도 폭행에 해당하기 때문에 A 중사가 B 하사에게 물건을 집어던진 행위는 비록 B 하사가 그 물건에 맞지 않았더라도 폭행에 해당합니다.
대법원 1990. 2. 13. 선고 89도1406 판결
폭행죄에 있어서의 폭행이라 함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물리적 유형력을 행사함을 뜻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해자에게 근접하여 욕설을 하면서 때릴 듯이 손발이나 물건을 휘두르거나 던지는 행위를 한 경우에 직접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았다고 하여도 피해자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서 폭행에 해당한다.
만약 폭행으로 인해 상처가 났다면 폭행치상이 되거나, 처음부터 상해를 입힐 의사가 있었다면 상해죄가 될 것입니다. 위 사안에서는 B 하사가 상해를 입었다는 점에 대한 언급이 없으므로 A 중사의 행위는 폭행죄로 볼 수 있습니다. 군인에게도 당연히 형법이 적용되므로 A 중사의 행위에는 형법 제260조 제1항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형법상의 폭행죄는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는 범죄입니다. 반의사불벌을 규정한 형법 제260조 제3항이 그 근거입니다. 하지만 군인의 영내폭행에 대하여는 특별규정이 있습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군형법 제60조의6은 군인이 군인을 폭행한 장소가 군사기지 내라면 형법상의 반의사불벌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특별규정을 둔 것입니다.
최근 선고된 판례는 영내 간부숙소를 군사기지로 보아 해당 장소에서 군인이 군인을 폭행하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영내 군 관사가 ① 비상시 신속한 출동 등에 대비해 부대 울타리 안쪽에 있고, ② 초병에 의해 엄격히 출입이 통제되며, ③ 별도의 출입조치가 필요하므로 군사기지법 제2조 제1호의 군사기지에 해당한다고 보아 군형법 제60조의6을 적용하였습니다.
군대 내 폭행사건, 무엇이 다른가?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에서는 폭행 사건조차 일반 사회에서와는 다른 법적 잣대로 다뤄집니다. 이는 군 조직이 가지는 특수성과 병영 문화의 특수성을 고려한 결과입니다. 최근 "영내 군 관사 내
leepro127.tistory.com
결국 영내 간부숙소에서 B 하사를 폭행한 A 중사는 피해자와 합의한다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한편 형사철차가 마무리되더라도 A 중사는 별도의 징계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C 일병에 대한 폭행 관련
한편 A 중사가 C 일병을 폭행한 행위는 C 일병의 신분으로 인해 특수한 규정이 적용됩니다. C 일병은 폭행 당시 초병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군형법 제54조(초병에 대한 폭행, 협박)
초병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적전인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2. 그 밖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초병이란 경계를 그 고유의 임무로 하여 지상해상 또는 공중에 책임 범위를 정하여 배치된 사람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위병소에서 경계근무를 하는 병사는 초병으로 인정되며, 사례에서 C 일병이 이에 해당합니다.
초병에 대한 폭행은 벌금형이 없이 징역형으로만 규정되어 있습니다. 매우 엄한 처벌이지요. 따라서 만약 간부가 초병을 폭행한다면 해당 간부는 전과자가 되어 군생활을 더 이상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초병에 대한 폭행은 애초부터 반의사불벌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따라서 A 중사가 C 일병과 개인적으로 합의한다 하더라도 A 중사는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물론 형사처벌 이후에 징계처벌을 별도로 받게 됩니다.
군내 폭행의 유의점
군인이 군인을 영내에서 폭행할 경우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군형법에서 일정한 경우 합의하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하고 있는 이유는 엄격한 위계질서에 따라 집단생활을 하는 군 조직의 특성상 상급자가 합의를 종용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하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폭행을 저지르고도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는다”라고 잘못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또한 초병폭행죄나 상관폭행죄 등 군형법에 규정된 특별형법 규정들은 징역형으로 처벌하면서 벌금형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여 돈으로 때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간부들의 경우 폭행사건에 연루되면 직장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맺음말
군대 내 폭행은 일반적인 폭행죄와는 달리 매우 엄격한 기준이 적용됩니다. 특히 영내에서 발생한 폭행은 피해자가 합의하더라도 처벌될 가능성이 높으며, 초병 폭행의 경우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군대 내에서는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지양하고, 사소한 다툼이라도 법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군 생활이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주한미군 기지에서의 대한민국 군인 간 폭행에 대한 반의사불벌 조항의 배제
군사기지에서의 군인 간 폭행 사건에 대하여는 형법상의 반의사불벌 조항이 배제되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 간 합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폭행 가해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leepro127.tistory.com
'형사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주측정 방해행위, 이제는 처벌 대상! (0) | 2025.03.05 |
---|---|
가석방 제도: 형을 마치지 않고도 출소할 수 있을까? (0) | 2025.03.03 |
벌금은 언제까지 내야 할까? 벌금 납부 기한과 미납 시 불이익 총정리 (0) | 2025.02.22 |
군인이 SNS에서 대통령을 모욕하면 상관모욕죄로 처벌될까? (0) | 2025.02.22 |
흑금성 사건: 군형법상 군사기밀의 의미 (0) | 2025.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