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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법

주한미군 기지에서의 대한민국 군인 간 폭행에 대한 반의사불벌 조항의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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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기지에서의 군인 간 폭행 사건에 대하여는 형법상의 반의사불벌 조항이 배제되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 간 합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폭행 가해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한미군 기지 안에서 한국군 군인들 사이에서 폭행이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반적인 한국군 병영에서의 폭행과 마찬가지로 가해자와 피해자 간 합의가 있더라도 형사처벌 할 수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은 주한미군 기지에서의 폭행 사건에 대해 군사기지법과 군형법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하는 중요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1. 사건 개요

군인인 A는 2018년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에서 군인인 피해자가 경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른쪽 손바닥으로 피해자의 왼쪽 얼굴 부위를 5~8차례 툭툭 치는 방법으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제1심 판결선고 전에 가해자는 피해자와 합의하였고, 피해자는 가해자(피고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가 포함된 합의서를 법원에 제출하였습니다. 

 

2. 법적 쟁점

군형법 제60조의6 제1호는 군인 등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약칭: 군사기지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군사기지’에서 군인 등을 폭행한 경우에 폭행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형법 제260조 제3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결국 군사기지 내에서 군인 간에 폭행이 발생할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를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일반인 간의 폭행은 합의가 이루어지면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점과 구별되지요. 

 

군형법 제60조의6(군인등에 대한 폭행죄, 협박죄의 특례)
군인등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소에서 군인등을 폭행 또는 협박한 경우에는 형법 제260조제3항 및 제283조제3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1.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2조제1호의 군사기지
2.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2조제2호의 군사시설
3.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2조제3호의 군용항공기
4. 군용에 공하는 함선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군사기지"란 군사시설이 위치한 군부대의 주둔지ㆍ해군기지ㆍ항공작전기지ㆍ방공기지ㆍ군용 전기통신기지, 그 밖에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를 말한다.

 

이 사건에서는 폭행이 이루어진 장소인 주한미군 기지가 군사기지법 제2조 제1호에서 말하는 "군사기지"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만약 주한미군 기지도 여기의 군사기지의 범주에 포함된다면 한국군의 영내와 마찬가지로 반의사불벌 조항이 배제되어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가해자를 형사처벌 할 수 없겠지요.    

 

3. 원심의 판단

원심인 고등군사법원은 이 사건의 범행 장소가 미군이 주둔하는 외국군 군사기지로, 군사기지법 제2조 제1호의 군사기지에 포함되지 않아 군형법이 적용되지 않고, 1심 판결 선고 전 피해자가 A의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이유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군사법원법 제382조 제6호에 따라 공소를 기각하였습니다. (고등군사법원 2019. 12. 26. 선고 2019노26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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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주한미군 기지에서 발생한 대한민국 군인 등 사이의 폭행에도 한국군 기지에서의 폭행과 마찬가지로 형법의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20도927 판결】
군형법 제60조의6 제1호, 군사기지법 제2조 제1호의 문언과 내용, 입법 목적 및 관련 규정의 체계적 해석 등을 고려하면, 군인 등이 대한민국의 국군이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에서 군인 등을 폭행했다면 그곳이 대한민국의 영토 내인지, 외국군의 군사기지인지 등과 관계없이 군형법 제60조의6 제1호에 따라 형법 제260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군사기지법 제2조 제1호는 ‘군사작전 수행의 근거지’를 군사기지로 정의하고 있는데, 그러한 근거지가 대한민국의 영토 내일 것을 요한다거나 외국군의 군사기지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을 보호하고 군사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여 국가안전보장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군사기지법의 입법 목적(제1조)에 비추어 보면, 대한민국의 국군이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가 되는 이상 이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보호하여야 할 대상인 군사기지에 해당된다.

(나) 군형법 제60조의6 제1호 규정의 내용과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군사기지법 제2조 제1호의 정의규정이 정한 군사기지의 개념요소, 즉 대한민국의 국군이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는 그곳이 대한민국 영토 밖이든 외국군의 군사기지이든 엄격한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와 장기간의 병영생활이 요구되는 병역의무의 이행장소라는 점에서 다른 대한민국의 국군 군사기지와 동일하므로, 그곳에서 일어난 폭행에 대해서는 형법상 반의사불벌죄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어야 한다.

 

결국 대법원의 논리는 외국군의 군사기지라도 대한민국 국군이 작전을 수행하는 장소라면 군형법 제60조의6 적용 대상에 포함되며, 따라서 폭행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를 하였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5. 대법원 판결의 시사점

이번 판결은 군사기지의 정의를 외국군 기지까지 확장함으로써 군형법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전례를 남겼습니다. 이는 군대 내 폭행 사건에 대해 보다 엄격한 처벌 기준을 적용하여 병영 질서를 강화하려는 법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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