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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징계

보고의무 위반의 징계시효 기산점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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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으로 복무하면서 민간법원에서 형사처벌을 받으면 이를 상급자에게 즉시 보고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 보고의무를 무시하거나 잊은 채 오랜 시간이 흘렀다면 어떻게 될까요? 10년 후에야 비위 사실이 밝혀졌다면 그때도 징계가 가능할까요? 2022년 대법원은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중요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군 복무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이번 사건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사실관계

육군 준위로 근무하는 A2009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당했는데, 경찰 수사과정에서 자영업자라며 자신의 신분을 속였고, 결국 2009년 민간법원에서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았습니다.

 

A 준위가 민간법원에서 형사처벌을 받을 당시 육군규정 110 장교인사관리규정에는 형사처분 사실 보고의무가 명시되어 있었고, 그 내용은 현재까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육군규정 110 장교인사관리규정 제257조 (형사처분 사실 보고의무)
① 민간검찰 및 법원에서 형사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징계권을 가진 직속 지휘관에게 즉시 보고하여야 하며, 보고받은 지휘관은 적법한 조치를 취하고 그 결과를 육군본부로 보고하여야 한다.

 

하지만 A 준위는 민간법원에서 처벌받은 사실을 직속 지휘관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그대로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2019A 준위가 민간법원에서 처벌받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점이 발각되었고, 군 당국은 A 준위가 육군규정에 명시된 보고의무를 위반한 점을 문제 삼아 징계를 하였습니다.

 

법적 쟁점

A 준위는 여러 가지 쟁점을 제기하며 징계의 부당함을 주장하였는데, 그 중 하나는 징계시효가 도과하였다는 것입니다. 즉 보고의무를 위반한 비위행위는 2009년에 발생하였는데,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9년에 징계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입니다. 이는 징계시효가 언제부터 진행되는지, 즉 징계시효의 기산점이 언제인지와 관련됩니다. 우선 징계시효에 대해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징계시효

징계시효 규정은 과거에서부터 약간의 변동이 있어 왔으며, 현재의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군인사법 제60조의3(징계 및 징계부가금 부과 사유의 시효)
① 징계의결등의 요구는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기간이 지나면 하지 못한다.
1. 징계 사유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10년
    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금지행위
    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
    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
    라.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제2호에 따른 성희롱
2. 징계 사유가 제56조의2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5년
3. 그 밖의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3년

 

결국 일반적인 비위행위의 경우에는 징계시효가 3년입니다. 위 사건에 발생하였을 2009년 당시 일반적인 비위행위의 징계시효는 2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징계시효는 언제부터 기산되는 것일까요? 적극적인 비위행위를 저지른 경우에는 그러한 행위가 있은 날부터 기산한다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어떠한 적극적인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소극적으로 아무 행위도 하지 않은 경우(부작위)에는 언제부터 기산할까요?

 

고등법원의 판단

항소심은 서울고등법원은 보고의무 미이행 상태가 계속되는 한 징계사유가 종료되지 않으므로 징계시효도 진행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A 준위가 형사처분을 받은 사실을 보고하거나 군 당국이 그 사실을 인지할 때까지는 징계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서울고등법원 2021. 9. 9. 선고 2020누59392 판결
구 군인사법(2014. 6. 11. 법률 제127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0조의3은 '징계의결 등의 요구는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2년이 경과한 때에는 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가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2009년 7월경으로부터 10년 정도가 지난 2019년 12월경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아래와 같은 이 사건 규정이 요구하는 보고의 성질, 목적, 미이행 시의 결과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규정에 따른 보고가 이루어지거나 인사권자가 형사처벌 사실을 인지하기 전까지는 이 사건 규정에 대한 위반행위는 종료되지 않고 계속되어 징계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의 징계의결 요구 당시 이 사건 규정 위반의 징계사유에 관한 징계시효는 도과하지 아니하였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징계시효의 목적을 강조하며 보고의무 위반의 경우에도 최초로 보고의무를 위반한 시점에 이미 징계사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A 준위가 민간법원의 형사처벌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보고하지 않은 시점부터 징계시효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A 준위는 보고를 하지 않은 2009년이 이미 징계사유가 발생했고, 이로부터 2년(당시 규정)을 훨씬 초과한 2019년의 징계는 시효 도과로 무효라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 2022. 2. 17. 선고 2021두51256 판결
가. 구 군인사법(2011. 5. 24. 법률 제107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직무상의 의무위반을 군인 징계사유의 하나로 정하면서(제56조 제1호), 금품 및 향응 수수, 공금의 횡령ㆍ유용 이외의 징계사유에 따른 징계시효를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2년으로 정하고 있다(제60조의3 제1항). 군인사법이 징계시효 제도를 둔 취지는 군인에게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비위가 있더라도 그에 따른 징계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거나 못한 경우 그 사실상태가 일정 기간 계속되면 그 적법ㆍ타당성 등을 묻지 아니하고 그 상태를 존중함으로써 군인 직무의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데 있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도1390 판결 참조). 징계시효는 원칙적으로 징계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기산되는 것이지(대법원 2019. 10. 18. 선고 2019두40338 판결 참조), 징계권자가 징계사유를 알게 되었을 때부터 기산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2두25552 판결 참조).

나. 육군 준사관은 육군참모총장이 발령한 육군규정을 준수할 직무상 의무가 있으므로, 민간법원에서 형사처벌이 확정된 준사관은 육군규정 보고조항에 따라 지체 없이 상당한 기간 내에 징계권자에게 그 사실을 보고하여야 한다. 위 기간 내에 보고하지 아니하면 그 기간이 경과함으로써 곧바로 징계사유가 발생하고, 그때부터 징계시효가 기산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1두48083 판결 참조).

 

결국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징계시효가 도과하였다고 판단하였으며, 파기환송심(서울고등법원 2022. 11. 9. 선고 2022누37075 판결)에서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A에 대한 징계처분을 무효로 확인하였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갖는 의미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군 내 보고의무 위반 사건에서 징계시효의 기준을 명확히 한 중요한 사례입니다. 군인의 직무 안정성과 법적 안정성을 고려하여 비위행위 발생 시점을 명확하게 정리한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는 앞으로 유사한 사례에서 군 당국이 징계절차를 신속하고 정확히 이행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결론 및 시사점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보고의무 위반 사건에서 군인이 무한정으로 징계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 기준점을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군 당국 역시 비위행위를 인지한 경우 신속한 처리를 통해 징계시효 도과로 인한 문제를 방지해야 합니다. 이 사건은 군 복무자들에게 보고의무 준수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다만, 현재 실무적으로 육군본부에서는 매년 민간법원에서 처벌을 받은 군인들에 대하여 즉시 직속 지휘관에게 보고하라는 지시를 발령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시로 인해 민간법원 처벌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군인이 징계시효로 도과를 이유로 군내 징계를 피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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