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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법

영내폭행을 신고하지 말라는 명령은 위법한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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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정신이 투철한 A 병장은 후임병들이 새로 전입온 신병을 때리고 괴롭히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하였습니다. A 병장은 그 사실을 중대장 B 대위에게 보고함과 동시에 이를 군사경찰에 신고하려 하였으나, 조만간 진급심사에 들어가는 중대장 B 대위는 지금 내가 중요한 시기이니 절대 다른 곳에 신고하거나 보고하지 마라. 내 말을 어기면 항명죄로 처벌할 것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A 병장은 사건을 해결하지 않고 은폐하려는 중대장의 태도에 중대장 몰래 사건을 군사경찰에 신고하였습니다.

 

A 병장은 중대장이 말한 대로 항명죄로 처벌받을까요?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중대장 B는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요?

 

항명죄의 성립여부

우선 중대장 B가 엄포를 놓은 대로 A 병장에게 항명죄가 성립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항명죄는 군형법 제44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군형법 제44조(항명)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적전인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2. 전시, 사변 시 또는 계엄지역인 경우: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
3. 그 밖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위의 법문에 규정된 대로 항명죄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을 전제로 합니다. 중대장 B가 병사 A의 상관인 것은 분명합니다. 문제는 사건을 다른 곳에 신고하거나 보고하지 말라는 중대장 B의 명령이 정당한 명령인지 여부입니다.

 

항명죄에서 말하는 정당한 명령이란 상관의 직무권한 내에서 발하여지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명령으로서 적법한 것을 의미합니다.

군인복무기본법 제24조(명령 발령자의 의무)
① 군인은 직무와 관계가 없거나 법규 및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반하는 사항 또는 자신의 권한 밖의 사항에 관하여 명령을 발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명령은 지휘계통에 따라 하달하여야 한다. 다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지휘계통에 따르지 아니하고 하달할 수 있고, 이 경우 명령자와 수명자는 이를 지체 없이 지휘계통의 중간지휘관에게 알려야 한다.
③ 명령의 하달은 신속ㆍ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④ 군인은 자신이 내린 명령의 이행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군인복무기본법 제36조(상관의 책무)
① 상관은 직무수행 시는 물론 직무 외에서도 부하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② 상관은 직무에 관하여 부하를 지휘ㆍ감독하여야 한다.
③ 상관은 부하의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하여야 한다.
④ 상관은 직무와 관계가 없거나 법규 및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반하는 사항 또는 자신의 권한 밖의 사항 등을 명령하여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명령은 반드시

수명자에게 전달되어야 하고,

수명자에게 구체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어야 하며,

그 내용은 부하의 직무범위 내의 것으로 이행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특정되어야 합니다

⑤ 또한 작전 또는 교육훈련 및 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병력통솔에 관한 사항 등 군사에 관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일상적인 의무에 관한 명령이나 위법한 사적 지시 등은 항명죄의 명령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중대장이 중대원에 대해 개인 숙소의 청소나 세탁을 시키는 명령은 항명죄의 명령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적 지시 등을 시킨 사람이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지요.

 

대법원 1967. 3. 21. 선고 63오4 판결
“상관의 정당한 명령”은 당해 명령을 할 수 있는 직권을 가진 장교인 상관이 특정의 군법 피적용자에 대하여 군무에 속하는 특정사항에 관하여 하명된 명백히 불법한 내용이라고 보여지지 않는 명령을 이르는 것이고, 그 행위인 “고의로 불복종”이란 위와 같은 하명을 받은 군법 피적용자가 그 내용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으로 이에 복종하지 아니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라고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군인의 신고의무

군인복무기본법이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상관은 "법규에 반하는 사항"을 명령할 수 없습니다. 중대장 B는 병사들 간의 영내폭행이나 가혹행위를 신고하지 말라는 명령을 하였는데, 이러한 명령은 적법한 것일까요? 군인복무기본법이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군인복무기본법 제43조(신고의무 등)
① 군인은 병영생활에서 다른 군인이 구타, 폭언, 가혹행위 및 집단 따돌림 등 사적 제재를 하거나, 성추행 및 성폭력 행위를 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즉시 상관에게 보고하거나 제42조제1항에 따른 군인권보호관 또는 군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여야 한다.
② 군인은 제1항과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 별도로 「국가인권위원회법」,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또는 그 밖에 다른 법령에서 정하는 방법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진정을 할 수 있다.

 

군인복무기본법이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폭행이나 가혹행위 사실을 알게 된 군인은 이를 즉시 상관에게 보고하거나 군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대장 B는 법규에 반하는 사항을 명령한 것이 됩니다. 위법한 명령에는 따를 의무가 없으며 따라서도 안 됩니다. A 병장은 법률 규정에 맞게 행동한 셈이지요. 중대장 B의 명령을 위반하였다고 하여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영내폭행ㆍ가혹행위의 묵인행위에 대한 책임

그렇다면 자신의 중대 내에 병사들 간의 폭행이나 가혹행위가 발행하였다는 점을 보고를 통해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심지어는 더 나아가 다른 곳에 보고나 신고를 하지 말라고 한 중대장 B는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요? 「국방부 군인ㆍ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에 영내 폭행가혹행위에 대한 징계양정기준이 마련되어 있고, 여기에 묵인ㆍ방조행위에 대한 책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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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내 폭행ㆍ가혹행위 징계양정기준 (국방부훈령)

 

 

결국 후임병들의 폭행 및 괴롭힘을 목격하고 이를 수사기관에 신고한 A 병장의 행위는 군인복무기본법 제43조를 충실히 이행한 행위로서 적법하고 정당한 것입니다. 오히려 A 병장의 보고를 받고도 사건을 은폐하려 한 중대장 B의 행위가 위법한 것입니다. 중대장 B는 영내폭행이나 가혹행위를 묵인한 행위에 대해 징계벌 등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별표 4] 영내 폭행·가혹행위 징계양정기준(제10조 제1항 관련)(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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