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에 해당될 수도 있습니다."
고소·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증거자료를 제출할 때, 업무상 알게 된 타인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포함시키는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2022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은 개인정보의 누설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면서도 수많은 질문을 남겼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해당 판결의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을 살펴보고, 그 의미와 시사점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사실관계
사건은 전남의 한 농협 임원이었던 A 씨가 퇴사 후 조합장 B 씨의 부정행위를 고발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A 씨는 고발장에 조합장의 이름, 주소, 계좌번호가 적힌 거래내역확인서 및 CCTV 영상 등 자신이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첨부했습니다.
B 씨는 A 씨의 고발로 벌금형 처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A 씨도 위와 같은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다는 이유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되어 기소되었습니다. B 씨의 반격이었지요. 과연 개인정보 보호법 상의 어떤 조항이 문제 된 것일까요?
관련 법률조항과 법적 쟁점
개인정보 보호법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할 경우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규정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9. 제59조제2호를 위반하여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자 및 그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금지행위)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
문제는 위 법조항에서 말하는 누설의 법적 의미와 그 포섭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입니다. 누설의 사전적 의미는 누구에게 어떤 내용을 알린다는 것입니다. 위 법조문의 문맥에 비추어 본다면, 개인정보를 누군가에게 알려준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에 고소ㆍ고발장을 제출하면서 피고발인 내지 참고인의 개인정보를 포함시키는 경우에도 여기의 누설에 해당할까요? 수사기관에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타인의 개인정보를 제출하는 행위는 공익 목적을 위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어서 쟁점이 생기는 것입니다. 만약 누설의 개념을 넓게 이해하여 이러한 경우도 누설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경우 타인의 범죄행위를 고소하거나 고발하려는 사람들은 망설이거나 주저하게 되겠지요.
대법원 판단
1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여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고소ㆍ고발장에 타인의 개인정보를 포함시켜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도 개인정보 보호법이 금지하는 "누설"에 포함된다는 판단이지요.
반면 2심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심은 "누설은 특정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알려주거나 외부에 공개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데, 이 법의 보호법익을 고려하면 개인정보 누설에는 고소ㆍ고발에 수반해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행위를 개인정보 누설 행위로 처벌한다면 교통사고 증거로 범죄자 얼굴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제공하거나 주점에서 발생한 범행과 관련해 업주가 CCTV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처벌된다는 의미"라고 첨언하였습니다. 고소ㆍ고발의 현실과 공익을 고려하여 누설의 개념 범위를 약간 축소시킨 해석으로 이해됩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행위도 개인정보 보호법이 금지하는 "누설"에 포함된다고 봤습니다. 2011년 폐지된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고소ㆍ고발장에 다른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첨부해 제출한 것도 누설행위이고, 이후 제정된 개인정보 보호법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누설"의 문언적 의미에 중점을 둔 해석으로 보입니다.
【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18도1966 판결】
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2011. 3. 29. 법률 제1046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3조 제2항, 제11조의 ‘누설’이란 아직 개인정보를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알려주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고, 고소·고발장에 다른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첨부하여 경찰서에 제출한 것은 그 정보주체의 동의도 받지 아니하고 관련 법령에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이상 부당한 목적하에 이루어진 개인정보의 ‘누설’에 해당하였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 위반죄는 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2항, 제11조 위반죄와 비교하여 범행주체가 다르고 ‘누설’에 부당한 목적이 삭제되었다는 것만 다를 뿐 나머지 구성요건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점,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2호가 금지하는 누설행위의 주체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이고, 그 대상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로 제한되므로, 수사기관에 대한 모든 개인정보 제공이 금지되는 것도 아닌 점 및 개인정보 보호법의 제정 취지 등을 감안하면, 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누설’에 관한 위의 법리는 개인정보 보호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소고발에 수반해 이를 알지 못하는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줬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를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른 개인정보 누설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의 이같은 행위가 범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고 있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2022년의 대법원 판결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누설"의 의미를 다시 한번 명확히 밝히고, 고소ㆍ고발 과정에서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제출하는 것도 누설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습니다. 누설의 개념 범위를 넓게 인정한 것이지요.
하지만 고소ㆍ고발 과정에서 수사기관에 범죄혐의자나 참고인의 개인정보를 제출하는 것도 누설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을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해석한 측면이 있습니다.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자료를 제출하는 것까지 누설로 본다면 공익적 행위와 개인권리 보호 간의 균형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고소나 고발을 당한 사람에게 비본질적이고 사소한 부분으로 고소자나 고발자를 반격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 주는 셈이지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면서, 법적 절차의 신중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고소ㆍ고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가능성을 사전에 철저히 검토해야 하겠습니다.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의 누설 및 제공과 그 처벌
우리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나의 흔적들, 예를 들면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위치정보 등을 어딘가에 남깁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누설하거나 악용한다면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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