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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법

권리남용은 어느 경우에 인정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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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자는 자신의 권리를 언제나 무제한적으로 행사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권리라는 것도 사람 사는 세상을 전제로 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제약을 받게 됩니다. 그러한 제한 중의 하나가 권리남용의 법리입니다.

 

민법 제2조 제2항은 다음과 같이 간명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으로 인정될까요? 판례는 권리남용의 요건을 수 차례 밝힌 바 있는데요. 권리남용이 되려면 다음의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 주관적 요건: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 자신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일 것.
  • 객관적 요건: 권리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결국 권리남용이란 외형적으로는 권리행사인 것처러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따져 본다면 권리의 사회성, 공공성에 반하는 것으로서 정당한 권리행사로 인정될 수 없는 행위를 말합니다. 

 

만약 어떠한 행위가 권리남용으로 인정되면 그 행위의 법률적 효과가 발생하지 않음은 물론, 권리가 박탈되거나 오히려 손해배상을 해 주어야 하는 상황까지 초래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권리행사는 위와 같은 요건이 충족되었을 경우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며 기본적으로는 권리자의 권리행사가 존중됩니다. 권리남용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비록 그 권리행사에 의하여 권리 행사자가 얻는 이익보다 상대방이 겪을 손해가 현저히 크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권리남용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0. 8. 9. 선고 2009다90160 판결)

 

결국 어떠한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이 되는지는 개별적이고 구체적 사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며, 일율적으로 권리행사 여부를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권리남용의 주장을 하거나, 혹은 상대방의 권리남용 주장을 배척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작업이 중요하겠습니다. 

 

특히 (i) 권리행사자가권리 행사자가 권리행사로 얻게 되는 이익과, (ii) 권리가 행사될 경우 초래될 개인적ㆍ사회적 불이익을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입니다. (iii) 또한 권리 행사자가 어떠한 동기나 목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려는 것인지 입증하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판례에 의해 권리남용이 인정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례#1

외국에 이민을 가 있어 주택에 입주해야 할 급박한 사정이 없는 딸이 고령과 지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상태에서 달리 마땅한 거처도 없는 아버지와 그를 부양하면서 동거하고 있는 남동생을 상대로 자기 소유 주택의 명도 등을 청구하는 것은 인륜에 반하는 행위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8. 6. 12. 선고 96다52670 판결)

 

사례#2

타인으로부터 자기 소유 0.3㎡의 토지를 인도받기 위해 그 타인이 살고 있는 2층건물 일부를 철거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다4366 판결)

 

사례#3

고압송전선 철거소송에서 그 소송에 이르게 된 과정, 문제의 토지가 51㎡에 불과한 점, 그 송전선을 철거하여 이전설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손실이 예상되는 반면, 송전선이 철거되지 않더라도 토지를 이용함에 별다른 지장이 없는 경우 농로 위로 지나가는 송전선의 철거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0422 판결)

 

※ 그러나 다른 고압송전선 철거소송에서는 권리남용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습니다. 결국 비슷한 유형의 소송이라도 구체적 사실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론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사실관계를 잘 정리하고, 그러한 사실관계를 증거에 의해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 권리남용 주장 또는 그러한 주장의 배척에 관건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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