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법

이른바 페리니(Ferrini) 사건의 개요

반응형

페리니(Ferrini) 사건은 국제법상 강행규범 위반과 주권면제의 긴장관계를 설명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사례이다. 이탈리아인 Ferrini는 2차 세계대전 중 1944년 독일군에 의해 체포되어 독일로 강제이송된 후 종전시까지 강제노역에 종사하였다. 전후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했던 Ferrini는 1998년 이탈리아 법원에 독일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탈리아 법원의 판단

이탈리아 하급심 법원은 주권면제의 법리를 근거로 소송을 각하하였으나, 이탈리아 최고법원은 "국제범죄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하여 주권면제를 인정할 필요가 없다"며 이탈리아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재판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이탈리아 법원은 Ferrini가 독일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독일에 대해 배상의무를 선고하였다. 

 

2012년 국제사법재판소 주권면제 판결

독일은 이탈리아의 행위가 주권면제 법리를 위반한 것이라며 사건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였다. 국제사법재판소는 2012년의 주권면제 판결에서 재판관 15명 중 12:3의 큰 차이로 이탈리아의 주장을 배척하고 독일에 대한 국가면제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2012년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주권면제의 법리는 본안의 내용을 검토하기에 앞서 결정될 사안으로서 절차적 성격을 가진다.
  • 따라서 주권면제의 법리는 제소의 원인이 위법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되는 것이다.
  • 이탈리아가 주장하는 "무력분쟁 과정에서 법정지국의 영토 내에서 외국의 군대 또는 그와 협력하는 외국의 국가기관에 의하여 이루어진 행위", "강행규범 위반으로 인한 심각한 인권침해행위"에 관하여 국가면제를 부정하는 것이 각국의 입법 판결 등에 의해 일반적인 관행에 이를 정도로 뒷받침되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대다수 국가의 법원은 이러한 사안에 대해 국가면제를 인정하고 있다.
  • 결국 독일의 주권면제 향유를 부인한 이탈리아의 행위는 국제법 위반이다. 

 

2014년 이탈리아 헌법재판소 판단

국제사법재판소의 위와 같은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내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었다. 결국 2014년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의 준수가 자국 내에서 나치 독일에 의해 자행된 국제법 위반행위에 대해 이탈리아 법원의 관할권을 부인하는 한도에서는 위헌"이라고 선언하였다. 즉 이탈리아 법원은 나치 범죄에 대해 계속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