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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우리나라 법원에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국제법상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즉 중대한 인권침해 등 강행규범 위반이 있는 경우에도 국가면제 내지 주권면제 법리를 적용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소송의 핵심 쟁점이며, 이는 우리에게 주권과 인권 중 무엇이 더 중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Ferrini 사건이 그러했듯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소송도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국제법학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법정에서 이루어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소송 중에서 확정된 사건이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제34부의 2021. 1. 8. 선고 2016가합505092 판결은 비록 대법원 판결은 아니지만 양측이 항소를 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 판결의 결론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반인도적 범죄행위에는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중요한 문구와 논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그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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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8. 선고 2016가합505092 판결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라는 국가면제의 국제관습법에 의하더라도 국가의 모든 행위에 대하여 재판권이 면제되므로 주권을 가진 국가라면 예외 없이 타국의 재판권 행사에서 면제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고, 일정한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되어야 한다.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련의 행위는 일본제국에 의하여 계획적,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서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고, 일본국은 일본제국의 불법행위로 위안부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국가면제 이론은 항구적이고 고정적인 가치가 아니다. 국제질서의 변동에 따라서 계속하여 수정되고 있으며, 이는 유럽협약, 유엔협약 등 국제협약에서 절대적 국가면제 이론에서 벗어나 일정한 경우 국가에 대한 재판권을 면제하지 아니하고 있으며, 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의 국내법에서 국가면제가 인정되지 않는 예외 사유를 정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보아도 그러하다. 이러한 변천은 국제법 체계가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행한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면제가 관행으로 정착된 국제관습법이라고 하더라도, 피고가 인도에 반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까지 피고에 대한 재판권을 면제한다는 내용의 관습법을 적용하게 되는 경우, 어느 국가가 다른 국가의 국민에 대하여 인도에 반하는 중범죄를 범하지 못하도록 한 여러 국제협약에 위반됨에도 이를 제재할 수 없게 되고, 이로 인하여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은 헌법에서 보장한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당하여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불합리하며,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법질서 전체의 이념에도 부합하지 아니하여 정당성이 없으므로, 그와 같은 경우까지도 국가면제를 적용하는 국제관습법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
국가면제 이론은 주권국가를 존중하고 함부로 타국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도록 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지, 강행규범을 위반하여 타국의 개인에게 큰 손해를 입힌 국가가 국가면제 이론 뒤에 숨어서 배상과 보상을 회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위하여 형성된 것은 아닐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의 해석에는 예외를 허용해야 함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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