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군형법 제64조 제2항, 이른바 '상관공연모욕죄'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조항은 군 조직의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지만, 표현의 자유와 형벌의 비례 원칙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이번 결정은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이 위헌 의견을 냈음에도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합헌으로 유지된 사례로, 군 형법 체계와 헌법적 권리 사이의 논쟁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상관공연모욕죄의 배경과 논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통해 이 조항이 군 조직과 헌법 간 균형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헌법재판소 2024. 8. 29. 선고 2022헌가7, 2024헌바175(병합) 결정]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
군형법 제64조 제2항 (상관공연모욕)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 또는 그 밖의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군형법 제2조 제1호 (상관의 정의)
상관이란 명령복종 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명령복종 관계가 없는 경우의 상위 계급자와 상위 서열자는 상관에 준한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합헌 유지 (재판관 9인 중 4인)
헌법재판소는 상관공연모욕죄를 규정한 군형법 제64조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어떠한 법률 규정이 위헌이라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5인의 헌법재판관만이 위헌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9인의 헌법재판관 중 위헌이 5인, 합헌이 4인으로 위헌 의견이 다수였지만, 최소 6인의 요건을 채우지 못하여 위헌으로 판단되지는 못하였고, 합헌으로 유지되었던 것입니다. 합헌 의견을 쟁점별로 살펴보겠습니다.
상관공연모욕죄 조항 중 "상관"의 의미가 불명확하여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상관은 명령복종 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 상위 계급자, 상위 서열자를 포함하며,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이나 보호법익 그리고 상관의 개념에 관한 군형법 및 군인사법 등 관계법령의 내용 등을 종합하면, 수범자는 어떠한 행위가 금지, 처벌되는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법을 해석 또는 집행하는 기관이 심판대상조항을 자의적으로 확대하여 해석하거나 집행할 염려도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 중 ‘상관’ 부분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상관공연모욕죄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헌법재판소는 2016. 2. 25. 2013헌바111 결정에서, 심판대상조항은 군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를 확립하여 군의 전투력을 유지,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선례와 다르게 판단할 만한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상관공연모욕죄 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군조직의 특성상 상관을 모욕하는 행위는 개인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를 넘어 군기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서 군조직의 위계질서를 파괴할 위험성이 크므로, 죄질과 책임이 가볍지 않다. 심판대상조항은 징역이나 금고형의 하한을 두고 있지 않아 1개월부터 3년까지 다양한 기간의 형을 선고할 수 있고, 정상참작감경을 하지 않더라도 징역이나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거나 형의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상관공연모욕죄 조항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하는 행위를 상관면전모욕죄보다 가중하여 처벌하는 것은 행위의 위험성과 비난가능성의 차이를 고려한 입법자의 결단이다. 또한 형법상 모욕죄보다 가중하여 처벌하는 것은 보호법익과 죄질의 차이를 고려한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은 형벌체계의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위헌 의견 (재판관 9인 중 5인)
다수의 헌법재판관들은 군형법 제64조 제2항의 상관공연모욕죄가 아래와 같은 문제점들이 있어 위헌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의 위헌의견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인 ‘모욕’에 포함되는 행위유형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심판대상조항은 군의 지휘체계에 구체적 위험을 초래하는 표현을 넘어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규제할 수 있게 한다. 군의 존립 목적과 임무의 특수성에 비추어 상관을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상관이라는 것 외에 군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 기여할 수 있는 가중요소가 추가로 규정되어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입법목적에 맞지 않는 지나친 제재로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제한하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정정미의 위헌의견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토를 방위하기 위하여 군조직의 질서를 유지하여야 할 필요성은 자명하다. 그러나 상관모욕죄는 모욕의 대상이 상관이기만 하면 성립하므로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고, 그 상황의 다양성만큼 죄질과 행위자의 책임 역시 다양하게 평가될 수 있다. 그럼에도 심판대상조항은 법관이 징역형이나 금고형 외에 벌금형을 선택할 수 없도록 하여 형벌의 개별화원칙에 부응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 실무상 수사 및 재판의 과정에서 적절한 법운용이 어렵게 되어 형벌의 실효성이 약화되고 있는바, 심판대상조항은 과잉한 형벌로서 형벌과 책임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
재판관 김형두의 헌법불합치 의견
군조직의 특성상 상관을 공연히 모욕한 행위를 형법상 모욕죄보다 가중처벌하는 것만으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군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에 위해를 가한다고 보기 어려운 상위 서열자에 대한 모욕까지 가중처벌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상황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일체 배제한 채 일률적으로 징역 또는 금고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바, 이는 법치국가적 한계를 넘어 국가형벌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다만 단순위헌 결정 시 가중처벌이 요청되는 상관모욕행위에 대한 가중처벌이 불가능해질 수 있고, 가중처벌이 필요한 범위나 법정형의 내용은 입법 사항이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함이 타당하다.
맺음말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 사건은 위헌 의견이 다수였지만, 헌법재판관 6인이라는 위헌결정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여 결국 합헌으로 유지되었던 것입니다. 비록 군형법 제64조 제2항이 효력을 유지하고 계속 적용될 것이지만, 상관공연모욕죄에 내재하는 문제점을 염두하면서 법집행을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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