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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법

저명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는 등록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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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레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블록 장난감의 대명사로 유명한 브랜드가 먼저 생각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이름이 의약품이나 화학 제품의 브랜드로 사용된다면 어떨까요? 유명 상표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사용되었을 때, 그 브랜드의 식별력이 손상될 위험은 없을까요?

 

최근 대법원은 "LEGO"라는 저명상표의 식별력을 보호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며 상표법의 경계를 명확히 했습니다(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20후11943 판결, 이른바 레고켐 판결). 이번 판례는 상표 보호의 중요성과 상표 간 유사성 판단의 기준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중요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1. 사건 개요

A 회사는 장난감 브랜드로 유명한 "LEGO(레고)"를 저명상표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B 회사는 "LEGOCHEM PHARMA"라는 이름으로 의약품 관련 상표를 등록했습니다. 이에 A 회사는 B 회사의 상표가 저명상표인 레고의 식별력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다며 "LEGOCHEMPHARMA"의 상표등록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으로 이어졌습니다.

 

LEGO vs. LEGOCHEMPHARMA

 

2. 법적 쟁점: 저명상표의 식별력 손상

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법률조항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1호입니다. 이에 의하면 "수요자들에게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거나 그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습니다. 특히 제11호 후단의 "수요자에게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에 관한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경우"는 저명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시키는 상표의 등록을 저지하는 "저명상표의 희석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표법 제34조(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상표에 대하여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11. 수요자들에게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거나 그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

 

결국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LEGOCHEMPHARMA"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1호 후단에 해당하는 상표인지 여부, 즉 "LEGOCHEMPHARMA"가 저명상표인 "LEGO"와 유사하여 레고의 고유한 식별력과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또한 더 나아가 저명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인지 여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상표의 유사성과 연상 작용

【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20후11943 판결】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1호 후단의 취지는 출처의 오인·혼동 염려는 없더라도 저명상표의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의 등록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저명상표에 화체된 고객흡인력이나 판매력 등의 재산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식별력을 손상시킬 염려’는 ‘타인의 저명상표가 가지는 특정한 출처와의 단일한 연관 관계, 즉 단일한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손상시킬 염려’를 의미한다.
상표등록 무효심판 청구의 대상이 된 등록상표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1호 후단에서 규정하는 타인의 저명상표의 식별력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하는지는 ① 등록상표와 저명상표의 동일·유사 정도, ② 저명상표의 인지도와 식별력의 정도, ③ 등록상표의 출원인이 등록상표와 저명상표 사이의 연상 작용을 의도하였는지, ④ 등록상표와 저명상표 사이에 실제 연상 작용이 발생하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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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1호 후단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으로 다음의 네 가지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 저명상표의 인지도와 식별력은 어느 정도인지
  • 저명상표와 등록상표가 어느 정도로 유사한지
  • 등록상표의 출원인이 저명상표와의 연상작용을 의도하였는지
  • 실제 저명상표와 등록상표 간 연상작용이 발생하는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① "레고(LEGO)"라는 상표가 높은 인지도와 강한 식별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으며, ② "레고(LEGO)"라는 저명상표와 "LEGOCHEMPHARMA" 사이의 유사성도 인정하였습니다. 상표의 유사성 판단기준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2024.11.05 - [민사법] - 상표의 유사성, 어떻게 판단할까? 대법원 판례로 보는 유사성 판단 기준

 

상표의 유사성, 어떻게 판단할까? 대법원 판례로 보는 유사성 판단 기준

상표는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를 구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상표가 유사하면 소비자들은 혼동할 수 있으므로, 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leepro127.tistory.com

 

또한 대법원은 ③ B 회사가 신약 연구·개발의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 반드시 "Lego chemistry"라는 용어의 약칭을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B 회사는 "레고(LEGO)"와의 연상 작용을 의도하고 "LEGOCHEMPHARMA"라는 상표를 출원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④ "LEGOCHEMPHARMA"의 "LEGO" 부분은 수요자들에게 저명상표인 "레고(LEGO)"에 관한 인상을 심어주거나 기억ㆍ연상을 하게 하므로 "LEGOCHEMPHARMA"와 "레고(LEGO)" 사이에 실제로 연상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법원은 "LEGOCHEMPHARMA"를 저명상표인 "레고(LEGO)"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라고 판단하고 최종적으로 그 상표등록을 막았습니다. 

 

 4. 대법원 판결의 시사점

저명상표의 식별력을 손상시키는 상표의 등록을 배제하는 것은 저명상표 보유자의 신용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에서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의 레고켐 판결은 상표법이 저명상표를 얼마나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기업들은 상표를 개발하거나 확장할 때, 기존 저명상표와의 연관성을 철저히 분석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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