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고등학교 교원인 A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국회의원 후보자 B에 대한 비판적 내용의 인터넷 기사를 공유하여 전체공개로 업로드 하였습니다. A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A가 공유한 기사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국회의원 후보자 B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이 금지되는 사립 고등학교 교원 신분의 A가 "선거운동"을 하였다며 A를 고소하였습니다.
하지만 A는 관심있는 신문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공유하였을 뿐이며, 국회의원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글을 직접 작성하거나 공유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였습니다.
과연 사립학교 교원 A가 자신의 SNS에 특정 정치인에 대한 비판기사를 공유한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일까요?
A가 B에 대한 비판적 내용의 인터넷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것이 선거운동에 해당할까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
우선 사례에서는 사립학교 교원 A가 선거운동을 하였다고 문제가 된 것인데, 과연 사립학교 교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것일까요? 그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요?
공직선거법 제60조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들을 열거하고 있는데, 제1항제5호에서는 "공직선거법 제53조 제1항제2호 내지 제7호에 해당되는 자"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직선거법 제53조 제1항 제7호에는 "정당법 제22조제1항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는 사립학교 교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정당법 관련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네요.
정당법 제22조(발기인 및 당원의 자격)
① 16세 이상의 국민은 공무원 그 밖에 그 신분을 이유로 정당가입이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다른 법령의 규정에 불구하고 누구든지 정당의 발기인 및 당원이 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고등교육법」 제14조제1항ㆍ제2항에 따른 교원을 제외한 사립학교의 교원
고등교육법 제14조 제1항과 제2항은 "총장, 학장, 교수, 부교수, 조교수, 강사"에 대한 내용입니다.
결국 사립학교 교원 중에서 총장, 학장, 교수, 부교수, 조교수, 강사를 제외한 사람들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위 사례에서 사립 고등학교 교원 A는 현행법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신분은 맞습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의 개념
그렇다면 사립학교 교원 A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의원 후보자 B에 대한 비판적 내용의 인터넷 기사를 공유한 것인 선거운동에 해당할까요? 선거운동의 개념에 대한 공직선거법 규정과 판례를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공직선거법 제58조(정의 등)
① 이 법에서 “선거운동”이라 함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말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아니한다.
1.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
2. 입후보와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
3.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ㆍ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
4. 통상적인 정당활동
5. 삭제
6. 설날ㆍ추석 등 명절 및 석가탄신일ㆍ기독탄신일 등에 하는 의례적인 인사말을 문자메시지(그림말ㆍ음성ㆍ화상ㆍ동영상 등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로 전송하는 행위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판단의 잣대로 삼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선거운동의 개념을 설명하는 대법원 판례를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7도2972 판결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에 정한 ‘선거운동’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이고 계획적인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3도15113 판결 등 참조). 이에 해당하는지는 행위를 하는 주체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에 표시된 행위를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위와 같은 목적의사가 있었다고 추단하려면, 단순히 선거와의 관련성을 추측할 수 있다거나 선거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특정 선거에서의 특정 후보자의 당락을 도모하는 행위임을 선거인이 명백히 인식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에 근거하여야 하고, 단순히 행위의 명목뿐만 아니라 행위를 한 시기·장소·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8. 26. 선고 2015도1181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는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에 따라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위 대법원 판례를 읽어보면 선거운동의 범위가 조금은 좁혀집니다. 즉 대법원은 선거운동 해당 여부는 행위자의 주관적인 의사가 아니라 외부적으로 표시된 행위를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명확히 선언했습니다. 또한 단순히 선거와 관련된 행위를 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거운동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 행위의 목적: 단순한 정보 공유인지, 특정 후보자의 당락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있는지
- 행위의 방식: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추가했는지, 단순한 공유에 불과한지
- 행위가 이루어진 시기와 장소: 선거 기간 중인지 여부, 특정 선거와의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지
- 객관적 인식 가능성: 해당 행위를 본 일반 선거인이 그것을 특정 후보자의 당락을 도모하는 것으로 명백히 인식할 수 있는지
단순 공유 행위만으로는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선거운동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을 설명하면서 더 나아가 SNS에 기사를 단순 공유한 행위만으로는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7도2972 판결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립학교 교원이 ‘페이스북’과 같은 누리소통망(이른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나 신념을 외부에 표출하였고, 그 내용이 선거와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섣불리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속단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타인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수단으로는 ① ‘좋아요’ 버튼 누르기, ② 댓글 달기, ③ 공유하기의 세 가지가 있는데,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보다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을 때는 ‘좋아요’ 버튼을 누르고, 의견을 제시하고 싶을 때는 ‘댓글 달기’ 기능을 이용하며, 게시물을 저장하고 싶을 때는 ‘공유하기’ 기능을 이용하는 경향성을 갖게 된다. 그런데 타인의 게시물을 공유하는 목적은 게시물에 나타난 의견에 찬성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반대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용이 재미있거나 흥미롭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자료수집이 필요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용을 당장 읽지 않고 나중에 읽어 볼 목적으로 일단 저장해두기 위한 것일 수도 있는 등 상당히 다양하고, ‘공유하기’ 기능에는 정보확산의 측면과 단순 정보저장의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따라서 아무런 글을 부기하지 않고 언론의 인터넷 기사를 단순히 1회 ‘공유하기’ 한 행위만으로는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일반적일 것이다.
맺음말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립학교 교원 A의 행위는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위 대법원 판례의 의미와 시사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표현의 자유 보장: SNS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보 공유의 중요한 수단입니다. 만약 단순한 기사 공유만으로 선거운동으로 간주된다면, 이는 선거 시기에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이 판결은 단순 공유 행위를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 선거운동과 일반적 정치 활동의 경계 설정: 이 판결은 선거운동과 단순한 정치적 의견 개진 사이의 경계를 설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히 뉴스를 공유하는 것은 정치적 관심의 표현일 수 있지만, 자신의 의견을 덧붙여 특정 후보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거나 지지하는 경우에는 선거운동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 판례의 한계: 단순 공유라 하더라도, 공유한 기사가 특정한 정치적 맥락에서 반복적으로 활용되거나, 의도적인 정보 확산 전략의 일환일 경우 선거운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단순히 1회만 공유한 것이 아니라 특정 후보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지속적으로 공유한 경우라면 선거운동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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