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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법

교사의 지도행위와 아동학대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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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에는 학습 지도뿐 아니라 때로는 생활 지도가 포함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도 과정에서 신체적인 접촉이 수반될 경우, 이것이 교육적 목적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아동학대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가 모호할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교사의 신체적 접촉이 아동복지법상 학대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지에 대해 중요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오늘은 이 판결을 통해 교사의 지도권과 아동의 권리 사이의 균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실관계 요지

이 사건의 피고인은 초등학교 담임교사로, 수업 중 학생들로 하여금 교실 앞으로 나와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따라 하는 활동을 하도록 하였는데, 같은 반 학생인 피해아동이 율동에 참여하지 않고 급식실로 이동하자는 피고인의 말에 따르지 않자,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아동에게 “야 일어나”라고 말하면서 피해아동의 팔을 잡아 일으키려고 하였습니다. 학생은 이를 거부했고, 피고인은 다른 학생들을 급식실로 데려가며 문제의 학생을 교실에 남겼습니다. 검찰은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를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가하는 신체적 학대행위로 보고 기소했습니다.

 

법적 쟁점

아동복지법은 제3조 제7호에서 “아동학대”“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제17조 제3호에서 ‘누구든지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합니다. 

 

결국 위 사례에서는 교사가 학생의 팔을 잡아 일으키려 한 행위가 아동복지법이 말하는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하급심 판결

하급심은 교사가 대화나 비신체적 제재 등 다른 교육적 수단을 통해 훈육을 할 수 있었음에도 신체적 접촉을 통해 지도를 시도한 것이 아동복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하급심 법원은 교사의 신체적 접촉을 유죄로 인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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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요지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교사의 신체적 접촉이 법적으로 정당한 교육행위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법원 2024. 10. 8. 선고 2021도13926 판결
이 사건 조치는 피해아동에게 필수적인 교육활동 참여를 독려한다는 목적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교사의 학생에 대한 지도행위에 해당한다.
피고인이 피해아동을 체벌하거나 신체적 고통을 가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행사한 유형력의 태양이나 정도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조치가 구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8항에 따라 금지된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이 재직하는 초등학교 학칙이 제출되어 있지 아니하나, 피고인은 당시 상황에 비추어 구두 지시 등 신체적 접촉을 배제한 수단만으로는 이러한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교사로서 가지는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 안에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지도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이므로, 교육 관계 법령의 취지에 비추어 이 사건 조치는 객관적으로 타당한 교육행위로 볼 여지가 많다. 

 

문제의 행위가 발생하였을 당시 시행중이었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8항은 "학교의 장은 법 제18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지도를 할 때에는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훈육ㆍ훈계 등의 방법으로 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대법원은 초등교사의 행위가 이 규정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으며, 지도행위에 다소 유형력이 수반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교육행위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대법원 2024. 10. 8. 선고 2021도13926 판결
아동인 학생에 대하여 교사가 교육과정에서 행한 행동이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문제 되는 경우, 아동복지법과 교육관계 법령 사이에 조화로운 해석이 필요하다. 교육기본법에 의하면,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제2조), 학교교육은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제9조 제3항). 학생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되며, 교육내용·교육방법·교재 및 교육시설은 학습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개성을 중시하여 학습자의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마련되어야 한다(제12조 제1항, 제2항). 한편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초·중등교육법 제20조 제4항). 이러한 법령의 내용을 종합하면, 교사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아동인 학생을 교육하는 행위는 학생이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게 하는 등으로 학생의 복지에 기여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두고 아동복지법이 금지하는 ‘학대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교사가 아동인 학생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느끼게 하였더라도, 그 행위가 법령에 따른 교육의 범위 내에 있다면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교사가 교육상 필요에 따라 아동인 학생을 지도하는 행위에 대하여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구 초·중등교육법(2021. 3. 23. 법률 제179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8조 제1항 본문은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에는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징계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그 위임에 따른 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2023. 6. 27. 대통령령 제335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1조 제8항은 “학교의 장은 법 제18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지도를 할 때에는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였으므로, 교사가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아동인 학생을 지도하는 행위는 법령에 따른 교육행위에 해당한다.
나아가, 법령과 학칙이 구체적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방법을 모든 경우에 걸쳐 망라하여 규정할 수 없고, 고정된 규정만으로 다양한 실제의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학교교육에서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은 존중되어야 하고(교육기본법 제14조 제1항, 교육공무원법 제43조 제1항),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법률이 정한 자격을 갖추어야 하므로(구 초·중등교육법 제21조 제2항), 교사는 지도행위에 관하여 일정한 재량을 가진다. 따라서 교사의 아동인 학생에 대한 지도행위가 법령과 학칙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타당하다고 인정된다면 여전히 법령에 따른 교육행위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고, 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8항에 따라 금지되는 체벌에 해당하지 않는 한 지도행위에 다소의 유형력이 수반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

 

판례 해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교사의 신체적 접촉이 무조건 아동학대로 간주될 수는 없으며, 교육적 목적과 타당성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즉, 교사가 법령에 따른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신체적 접촉을 한 경우에는 아동복지법의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교사의 교육 활동에 필요한 권한과 아동의 권리가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강조하는 판결이라 볼 수 있습니다.

 

판결의 함의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교육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의 권리와 책임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됩니다. 교사는 교육적 목적을 위해 학생을 지도할 권한이 있지만, 이러한 행위가 신체적 접촉을 포함할 경우 학대로 오해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반면,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의 행위가 교육의 범위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판결은 교육자와 보호자가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고, 학생의 복지와 교육적 필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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