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모 부대 대대장입니다. A는 그의 부하인 B는 다른 부하 C로부터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A는 그 자신의 상관인 연대장에게 보고하면서 B가 성추행 당한 사실 중 일부만 보고하고 나머지 사실은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군검사는 A의 행위를 군형법상 거짓보고죄에 해당한다며 군사법원에 기소하였습니다. 과연 이러한 행위가 거짓보고죄에 해당할까요?
군인의 보고 및 신고의무
우선 A가 자신의 부대원이 당한 성추행 사실을 자신의 상관에게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 점에 대하여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이하 군인복무기본법으로 약칭) 제43조 제1항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군인복무기본법 제43조
① 군인은 병영생활에서 다른 군인이 구타, 폭언, 가혹행위 및 집단 따돌림 등 사적 제재를 하거나, 성추행 및 성폭력 행위를 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즉시 상관에게 보고하거나 제42조제1항에 따른 군인권보호관 또는 군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여야 한다.
군인복무기본법 제43조는 군인이 다른 군인의 성추행 및 성폭행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즉시 상관에게 보고허거나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 대대장 A는 부하 B가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상관인 연대장에게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군형법상 거짓보고죄 해당 여부
사례에서 대대장 A는 상관인 연대장에게 부대원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보고하면서 일부 사실을 누락했습니다. 이 점이 군형법상 “거짓보고”에 해당할까요? 우선 군형법 관련 조항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군형법 제38조 (거짓명령, 통보, 보고)
① 군사(軍事)에 관하여 거짓 명령, 통보 또는 보고를 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적전인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2. 전시, 사변 시 또는 계엄지역인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3. 그 밖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② 군사에 관한 명령, 통보 또는 보고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여기에 “거짓보고”라는 용어가 나오네요. 여기서 “거짓보고”란 지휘감독을 받는 자가 지휘감독을 하는 자에게 인지한 사실과는 다른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사례에서는 일부 사실을 보고누락한 것입니다. 보고누락도 여기의 거짓보고에 포함될까요?
이 점에 대하여는 죄형법정주의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을 고려해야 합니다.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 내지 확장해석은 금지됩니다.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7도13421 판결 등】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
군사법원의 판단
군사법원도 죄형법정주의를 원용하면서 군형법 제38조의 “거짓보고”에 단순 보고누락의 경우를 포함시킬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하거나 유추하여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은 형벌법규를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 죄형법정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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