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논란이 불거지면서 헌정 질서와 법치주의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내란죄라는 생소한 법적 개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내란죄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고 헌법적 질서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려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중대한 조항입니다.
과연 내란죄란 무엇이며,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성립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내란죄의 법적 정의와 구성요건,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이를 둘러싼 논란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내란죄의 개념과 법적 근거
내란죄란 국가의 내부로부터 헌법의 기본질서를 침해하여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입니다. 구체적으로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킴으로써 성립합니다. 내란죄는 필연적으로 여러 사람이 가담하게 되어 있고, 내란행위에 가담한 정도에 따라 처벌수위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87조 (내란)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살상, 파괴 또는 약탈행위를 실행한 자도 같다.
3. 부화수행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형법 제91조 (국헌문란의 정의)
본장에서 국헌을 문란할 목적이라 함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함을 말한다.
1.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2.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
내란죄의 주체
내란죄의 주체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누구나 내란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다음에 보는 바와 같이 내란죄 가담 정도에 따라 처벌 수위는 달라집니다.
가담형태에 따른 처벌의 구분
- 우두머리: 수괴라고도 표현합니다. 폭동을 조직ㆍ통솔하는 최고 지휘자의 지위에 있는 자를 말합니다. 폭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자입니다. 수괴는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 모의참여자, 지휘자, 중요임무종사자: 모의참여자는 수괴를 보좌하여 폭동계획에 참여한 자를 말하며, 지휘자는 폭동에 가담한 다수인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휘하는 자를 말합니다. 중요임무종사자는 모의참여자, 지휘자 이외으 자로서 폭동에 관하여 중요한 책임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탄약이나 식량을 보급한 자나 경리담당자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할을 한 사람에게는 사형, 무기 또는 5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이 부과됩니다.
- 부화수행자, 단순폭동관여자: 확고한 주관 없이 막연히 폭동에 가담하여 폭동의 세력을 증대시킨 자를 말합니다. 이러한 자들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이 부과됩니다.
내란죄의 행위: 폭동
내란죄에서의 폭동이란 다수인이 결합하여 폭행ㆍ협박하는 것을 말합니다. 내란죄에서의 폭행이나 협박은 최광의의 폭행으로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것이면 충분합니다. 대법원은 지난 12.12 군사반란 사건에서 비상계엄의 전국확대조치가 내란죄에서의 폭동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기도 하였습니다.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나 외포심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를 의미하는 최공의의 폭행ㆍ협박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를 준비하거나 보조하는 행위를 전체적으로 파악한 개념이며, 그 정도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음을 요한다. ~~ 비상계엄의 전국확대조치가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협박행위가 되므로 이는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
폭행이나 협박이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에 이른 때에는 내란죄의 기수가 되며, 폭행이나 협박을 하였으나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에 이르지 못하였다면 미수가 됩니다.
주관적 구성요건
내란죄도 고의범이므로 행위자에게는 다수인이 집합하여 폭동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내란죄는 목적범입니다. 따라서 고의 이외에도 행위자에게는 ① 국토참절의 목적 또는 ②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우선 국토참절의 목적이란 법문에 표현된 대로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할 목적"을 말합니다. 이 점은 군형법상 반란죄와 구별되는 점입니다. 즉 군사반란죄는 행위자에게 이러한 목적이 없어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국헌문란의 목적은 헌법상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할 목적을 의미합니다. 형법 제91조는 국헌문란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상세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 헌법 또는 법률이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 제도로서의 헌법기관을 전복시킴으로써 그 기능을 정지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특정 정권의 타도, 대통령 살해 등은 제도 자체의 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국헌문란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그 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사실상 상당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합니다. 대법원은 내란행위자들이 광주시민들의 시위를 난폭하게 진압함으로써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겁주고, 그로 인해 이들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였다면 이는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광주시민들의 시위는 국헌을 문란하게 하는 내란행위가 아니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난폭하게 진압함으로써,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에 대하여 보다 강한 위협을 가하여 그들을 외포하게 하였다면, 그 시위진압행위는 내란행위자들이 헌법기관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강압하여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국헌문란에 해당한다.
내란죄의 교사ㆍ방조
내란집단의 외부관여자에 대하여 형법총칙상의 공범규정(공동정범, 교사범, 종범)이 적용될 것인가에 대하여 다수설은 집합범의 성격상 외부에서의 공동실행은 있을 수 없으므로 공동정범은 성립할 수 없으나, 집단의 외부에서 내란행위를 교사하거나 방조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에 교사범이나 방조범의 규정은 내란죄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즉 내란행위를 부추긴 자에 대하여는 내란죄의 교사범이 성립할 수 있고, 내란행위 실행을 용이하게 하였다면 내란죄의 방조범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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