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1. 8. 19. 선고 2020도14576 판결】
공연히 타인을 모욕한 경우에 이를 처벌하는 것은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 즉 외부적 명예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반면에 모욕죄의 형사처벌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어떠한 글이 모욕적 표현을 포함하는 판단이나 의견을 담고 있을 경우에도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살펴보아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하고, 이로써 표현의 자유로 획득되는 이익 및 가치와 명예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이익 및 가치를 적절히 조화할 수 있다.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를 적용할 때에도 충돌하는 기본권이 적절히 조화되고 상관모욕죄에 의한 처벌이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도록 하여야 한다.
다만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는 상관에 대한 사회적 평가의 보호에 더하여 군 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 유지를 보호법익으로 하므로, 해당 표현이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 여부는 피해자 및 피고인의 지위와 역할, 해당 표현으로 인한 군의 조직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의 침해 여부와 그 정도 등을 함께 고려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군형법 제64조 (상관모욕 등)
1. 상관을 그 면전에서 모욕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2.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 또는 그 밖의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사실관계
피고인은 군인으로서 교육생 신분이었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상관인 군인이며 학생지도관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피해자는 목욕탕 청소담당 교육생들에게 청소상태를 점검하며 과실 지적을 하였는데, 피고인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도라이 ㅋㅋㅋ 습기가 그렇게 많은데"라는 표현을 게시하였다. 피고인은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다.
모욕죄(상관모욕죄)와 표현의 자유 간의 긴장관계
군인이 상관에 대해 경멸적 표현을 한다면 이는 상관모욕죄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형사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모욕죄 내지 상관모욕죄는 기본적으로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와 긴장관계에 있다. 즉 모욕죄 내지 상관모욕죄의 처벌범위를 넓히면 그만큼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는 위축되는 것이다. 우리 옛말에 "없는 곳에서는 나랏님도 욕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욕설에는 어느 정도 순기능도 인정되는 것이다. 특히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는 친고죄도 아니기 때문에 처벌가능성은 일반모욕죄보다 높으며, 우리 대법원의 전파가능성 이론을 적용하여 상관모욕죄를 처벌한다면 그 처벌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모욕적 표현의 정당행위 판단 기준
이러한 맥락에서 위 판례는 상관에 대한 모욕적 표현이라 하여 모두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과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 판례에서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고려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 해당 표현이 즉흥적이고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
- 해당 표현이 1회성에 그친 것인지 여부
- 해당 표현이 전체 대회 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정도
- 해당 SNS 공간(단체채팅방)의 성격
- 해당 단체채팅방에 참여하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비속어를 사용하였는지 여부
- 해당 표현이 일상생활에서도 드물지 않게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 ("도라이"라는 표현)
- 해당 표현이 내포하는 모욕의 정도가 경미한지 여부
법원의 판단
1심에서는 피고인의 게시글이 상관에 대한 모욕적 언사에는 해당하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이러한 표현을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원심과 정반대로 유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상관모욕죄가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긴장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상관에 대한 모욕적 표현이라도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결국 위와 같은 표현은 앞서 언급한 여러 기준에 비추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평가하였다. 즉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동기생들만 참여하는 비공개단톡방에서 상관에 대해 "도라이"와 같은 수준의 표현을 한 행위는 우리 법체계 상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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