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도박판에 끼어들어 도박을 하다 많은 돈을 잃게 되자 함께 도박을 하던 B에게 차용증을 작성해 주고 돈을 빌려 계속 도박을 하였지만 결국 그 돈도 모두 잃게 되었습니다. B는 도박을 위해 빌려준 돈을 담보하고자 A의 부동산에 근저당권 설정을 요구하였고, A는 어쩔 수 없이 B의 요구대로 자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A가 B에게 도박빚을 갚지 못한다면 자신의 부동산을 잃게 될까요?
이 문제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는 무효라는 민법 제103조의 법리와 더불어 불법원인급여로 인한 이익에 대하여는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민법 제746조의 법리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는 무효
도박으로 돈을 잃어 빚을 지고 그 빚을 갚기로 한 계약 등은 민법 제103조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행위로서 무효가 됩니다.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따라서 도박자금으로 돈을 빌리고 차용증서를 작성해 준 경우에는 무효로서 법적 책임이 없습니다. 즉 도박자금을 빌린 사람은 법적으로 갚지 않아도 되며, 도박자금을 빌려준 사람은 법적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도박자금을 빌려준 사람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차용증을 증거로 제시하더라도 돈을 빌린 사람은 도박빚을 원인으로 차용증을 써 준 것이므로 변제할 수 없다고 항변하여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불법원인급여로 인한 반환청구제한
그런데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도박빚을 진 사람이 갚을 의사로 이미 지급하였다면 그 후 다시 그것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게 됩니다.
민법 제746조(불법원인급여)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도박빚을 진 사람이 도박빚을 갚는 행위는 법의 시각에서 보자면 여전히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것이 되기 때문에 이미 도박빚을 갚은 이상 다시 되돌려달라고 청구하는 일에 법이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안에서는 도박자금을 빌린 A가 도박자금을 빌려준 B에게 자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것입니다. B는 근저당권이라는 담보물권을 확보한 것이므로 이익을 얻은 것이 맞지요. 그런데 이러한 이익이 민법 제746조에 따라 불법원인급여로 인해 반환청구가 금지되는 “이익”에 해당될까요? 대법원은 이 경우 불법원인급여로 인해 반환청구가 금지되는 “이익”이 아니라고 보았으며 A는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는 무효임을 근거로 근저당권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 1995. 8. 11. 선고 94다54108 판결
민법 제746조가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은 그에 대한 법적 보호를 거절함으로써 소극적으로 법적 정의를 유지하려고 하는 취지이므로, 민법 제746조에서 말하는 “이익”에는 사실상의 이익도 포함되나, 그 이익은 재산상 가치있는 “종국적”인 것이어야 하고, 그것이 종속적인 것에 불과하여 수령자가 그 이익을 향수하려면 경매신청을 하는 것과 같이 별도의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도박자금을 제공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채권의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되었을 뿐이라면 그러한 근저당권설정등기로 근저당권자가 받을 이익은 소유권이전과 같은 종국적인 것이 되지 못하고, 따라서 민법 제746조에서 말하는 이익에는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그 부동산의 소유자는 민법 제746조의 적용을 받음이 없이 그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A가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는 무효임을 근거로 B가 확보한 근저당권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는 핵심 논거는 근저당권자인 B가 확보한 이익이 “종국적”이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B가 이익을 실현하려면 법원에 경매신청을 하는 등의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B가 확보한 이익은 민법 제746조에 따라 반환청구가 금지되는 이익이 아니며, A는 민법 제103조에 따라 B의 근저당권에 대해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민법 제746조에 따라 반환청구가 금지되는 이익은 종국적인 것이어야 하며, 이익실현을 위해 법원에 경매신청 등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 종국적인 이익이 아니다. 따라서 이 경우 민법 제746조가 적용되지 않으며, 반환청구가 제한되지 않습니다.
도박채무로 자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사람은 민법 제103조에 따라 근저당권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유의할 점은 대법원의 법리에 따르더라도 넘겨진 이익이 종국적이라면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에, 만약 A가 도박채무의 담보로 B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동산을 양도담보로 넘겨주었다면, 이는 이익이 종국적으로 B에게 넘어간 것이기 때문에 A는 양도담보로 넘겨진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B는 별도의 법원경매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양도담보로 취한 재산을 제3자에게 팔아 자신이 빌려준 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B가 취득한 이익은 종국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도박채무의 양도담보로 넘김 부동산은 되찾아올 수 없다
A는 도박장에서 도박자금으로 B로부터 5,000만원을 빌리면서 그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자신 소유의 부동산을 채무담보목적으로 B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었습니다. 이른바 양도담보로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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