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B의 민사소송사건에 대하여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여 B를 위하여 증언할 것을 약속하면서 그 대가로 B로부터 서울의 한 아파트를 증여받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B는 A가 약속한 증언을 마치고 난 후 태도를 돌변하여 위 아파트를 A에게 증여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 경우 A는 B에게 위 아파트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
이 사례는 A와 B 사이의 계약, 즉 법정증언을 조건으로 아파트를 증여받기로 한 약속이 민법 제103조에 비추어 법적으로 유효한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민법 제103조의 의미를 살펴보고, 법정증언을 조건으로 아파트를 증여받기로 한 계약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검토해 보겠습니다.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는 무효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민법 제103조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관하여 무효로 한다고 규정합니다. 계약의 자유가 원칙이지만, 사회적 정의와 도덕적 가치에 반하는 계약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취지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가 될까요? 아래 대법원 판례가 기준을 제시합니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다12580 판결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인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한다.
법정증언을 조건으로 대가를 받기로 약정한 경우
민법 제103조 위반에 관한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법률행위에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사회질서에 반하게 되는 경우 법률행위가 무효로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법정증언을 조건으로 어떤 대가를 받기로 약정한 경우 그 효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1999. 4. 13. 선고 98다52483 판결
소송사건에서 일방 당사자를 위하여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하였거나 증언할 것을 조건으로 어떤 대가를 받을 것을 약정한 경우, 증인은 법률에 의하여 증언거부권이 인정되지 않은 한 진실을 진술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그 대가의 내용이 통상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예컨대 증인에게 일당과 여비가 지급되기는 하지만 증인이 법원에 출석함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에는 미치지 못하는 경우 그러한 손해를 전보해 주는 정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약정은 금전적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가 되어 민법 제103조에 따라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고, 약정된 대가의 내용이 주로 위와 같은 증언을 하는 데 대한 반대급부의 의미를 갖는 경우에는 그 밖에 부수적으로 소송의 상대방 당사자를 만나 그의 동의 없이 대화내용을 몰래 녹취하여 일방 당사자로 하여금 그 녹취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게 하는 등의 행위에 대한 대가가 이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법정증언의 대가로 과도한 금품을 제공해 주거나, 법정증언을 조건으로 과도한 금전적 대가를 제공해 주기로 약정을 한다면 증인의 증언은 진실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을 고려한 판례로 보입니다.
사례의 경우
위 사례에서도 A가 아파트를 증여받기로 한 것은 A가 증언을 위하여 법원에 출석함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를 전보해 주는 정도를 넘어서는 반사회질서적 법률행위로써 무효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A는 B에게 위 약정내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 판결의 시사점
법률행위 자체가 반사회질서적이지 않더라도 부당한 조건이나 금전적 대가가 결부되면 반사회절서적 성격을 띨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법정증언을 대가로 과도한 금전적 이익을 약속하는 것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로 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가 과도한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인지는 상대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을 하려면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러한 손해를 합리적인 선에서 보전해 주는 것은 무방합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과도한 이익을 부여해 주기로 한다면 사회질서에 위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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