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여러 사건으로 기소된 상태에서 각 사건마다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예를 들면, 이미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상태에서 추가로 기소된다면, 그 추가기소된 사건에서도 국선변호인을 선임받을 수 있을까요?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줄 중요한 판결이 최근 대법원에서 나왔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2021도6357)는 "별건 구속된 피고인에게도 국선변호인이 반드시 선임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기존의 법 해석을 바꾼 이 판결은 특히 형사사건에서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판결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대법원이 내린 결론과 그 의미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목차
1. 사건의 배경: 별건 구속과 국선변호인의 부재
2. 기존 대법원의 입장
3.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구속의 의미를 확대하다
4. 소수의견: 해당 형사사건에서의 구속에 한정하다
5. 이번 판결의 의미와 향후 법적 영향
1. 사건의 배경: 별건 구속과 국선변호인의 부재
이 사건의 주인공인 A씨는A 씨는 2020년 9월 건조물침입죄로 기소되어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구속되었습니다. 그 후 2020년 12월 A 씨는 또 다른 사건인 상해죄로 기소되었는데, 앞선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상태에서 이 두 번째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A씨는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죠. 이로 인해 A 씨는 변호인의 도움 없이 재판을 받아야 했고,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국선변호인의 부재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었습니다. 결국 A 씨는 2심에서 징역 3개월을 선고받았지만, 그는 구속 상태에서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것이 위법하다며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습니다.
2. 기존 대법원의 입장
과거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한 "구속된 때"를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된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해 왔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3조(국선변호인)
①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변호인이 없는 때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
1. 피고인이 구속된 때
2. 피고인이 미성년자인 때
3. 피고인이 70세 이상인 때
4. 피고인이 듣거나 말하는 데 모두 장애가 있는 사람인 때
5. 피고인이 심신장애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때
6.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
즉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에만 국선변호인 선정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죠. 별건으로 이미 구속되어 있거나, 다른 사건에서 형이 확정돼 수형 중인 경우는 이 법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왔습니다.
3.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구속의 의미를 확대하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1도6357)은 이전의 법해석을 바꾸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된 상태에서도 국선변호인을 선임받아야 한다고 판결하며, '구속'의 의미를 보다 넓게 해석했습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구속 상태에 있는 피고인의 경우 구속의 사유와 관계없이 방어권이 제약되는 점에서 동일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즉, 별건으로 구속된 피고인이라 할지라도 구속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제약으로 인해 방어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므로 국선변호인이 반드시 선임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대법원 2024. 5. 23. 선고 2021도6357 전원합의체 판결】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문언, 위 법률조항의 입법 과정에서 고려된 ‘신체의 자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 규정의 취지와 정신 및 입법 목적 그리고 피고인이 처한 입장 등을 종합하여 보면,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피고인이 구속된 때’라고 함은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되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 또한 포괄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4. 소수의견: 해당 형사사건에서의 구속에 한정하다
하지만 모든 대법관이 다수의견에 동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동원, 노태악, 신숙희 대법관은 기존의 판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습니다. 이들은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구속'의 의미는 해당 형사사건에서의 구속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며, 별건 구속이나 형 집행 중인 상태까지 포함하는 것은 법 문언의 해석 범위를 넘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형사소송법의 목적은 해당 형사사건에서의 적법한 형벌권 실현을 위한 절차라며, 다른 사건에서 구속된 상태까지 국선변호인 선정 사유로 보는 것은 입법자의 의도와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5. 이번 판결의 의미와 향후 법적 영향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다 폭넓게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전에는 피고인이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상태에서 추가로 기소된 경우, 국선변호인을 선임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통해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구금된 상태라면, 어떤 사건이든 상관없이 피고인은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강화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더욱 충실하게 보장하는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앞으로 별건 구속된 상태에서도 국선변호인 선정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며, 법원은 이러한 요청을 보다 신중하게 다룰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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