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군징계

보직해임 심의 전 지휘관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문제

반응형

군대에서 지휘관은 막강한 지위에 있습니다. 흔히들 지휘관이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표현하지요. 이는 전쟁에서 이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군대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극한 상황에서 싸워 이기려면 지휘관을 중심으로 뭉쳐야 하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 군대에는 공정한 업무 처리를 위해 각종 위원회를 두고 있습니다. 보직해임 심의위원회도 그 일종이지요. 혹자는 이미 지휘관의 의중으로 다 결정된 사안을 위원회 의결이라는 형식을 거쳐 책임을 분산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하지요. 위원회를 여는 것은 공정성을 포장하기 위한 하나의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비판입니다. 보직해임 심의위원회 운영에 이러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법적으로는 보직해임 심의위원회의 공정성은 보장되어 있으며 또한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된 사례를 소개합니다. 

 

사실관계

  • 장교 A는 비위혐의를 받아 선보직해임 처분을 받았다. 
  • 장교 A의 지휘관인 사단장은 보직해임심의가 개최되는 날의 오전에 사단 주요 직위자 및 실무자 등 간부 100여 명을 대상으로 부대훈련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 사단장은 부대훈련 토론회를 마친 후 고위급 간부 30여 명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실시하였고, 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하였다. "업무를 잘해 보려 했던 것은 이해하나 용서할 수 없는 입장이 많았다. 90% 이상이 징계를 요구하였고, 한 달이라는 시간을 부여했지만 개선하지 못하였다. 임무 수행이라는 이유로 폭언, 욕설은 용인되지 않는다. 정당한 절차가 유지되어야 한다. 지휘관으로서 상식적으로 판단하며 역지사지로 생각하고 행동하라. 성추행 등은 용서되지 않는다."

 

쟁점

 

이 사례에서 장교 A는 선보직해임이 된 상태였습니다. 보직해임 심의위원회를 열지도 않고 보직해임을 시키는 것은 위법 아니냐는 의문도 있을 수 있지만, 군인사법은 보직해임심의 이전의 보직해임, 이른바 선보직해임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조.

 

일정한 경우 선보직해임도 가능하다

 

일정한 경우 선보직해임도 가능하다

보직해임이란? 군대에서 군인들은 계급과는 별도로 각자의 보직이 부여되며, 해당 보직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군인들은 이렇게 부여된 보직을 임기 동안 수행하게 되며 임

leepro127.tistory.com

 

 

선보직해임을 한 경우에는 7일 이내에 보직해임 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사단장의 위와 같은 발언은 보직해임 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직전에 있었던 것이고요. 사단장의 발언에 대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나요? 지휘관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을 하였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고, 반면 왜 굳이 이런 말을 보직해임심의가 열리기 직전에 했는지를 지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사례에서의 쟁점 중 하나는 사단장이 보직해임심의 직전에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발언이 보직해임 심의대상자인 장교 A의 방어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결정

국가인권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반응형
국가인권위원회 2019. 9. 17. 결정 18진정0027600, 18진정0084200 병합
사단장은 사단 내 주요직위자를 대상으로 자신의 지휘 의도를 전파하고 사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 사고 예방에 대한 자신의 강한 의지를 강조할 수는 있겠으나, 
보직해임 심의위원회 개최 1~2시간 전에 위원회 위원 5명이 포함된 고위급 간부 30여 명을 대상으로 보직해임 대상자인 장교 A의 혐의사실과 관련하여 사단장의 의중을 이야기한 것은 사단장의 의도와 관계없이 보직해임 심의위원회의 의사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보직해임 심의위원회 개최 직전에 가진 간담회에서 심의대상자의 혐의사실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강조한 것은 보직해임 심의위원회의 의사형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① 헌법 제27조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되는 공정한 법치국가적 절차를 구할 권리를 침해하고, ② 나아가 개인을 국가적 절차의 단순한 객체로 간주하는 것을 금지하는 인간존엄성의 요청에 위반하여 진정인의 인간존엄성을 침해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의 함의

위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은 아무리 지휘관이라 하더라도 보직해임 심의위원회 개최 전에 위원회 심의에 영향을 미칠 만한 언행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지휘관이 보직해임 심의위원회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만한 언행을 하였다면 이는 보직해임심의 대상자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해당 위원회 결정은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위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은 보직해임 심의위원회가 단순히 명목상의 기구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하였습니다. 선보직해임된 경우라도 나중에 개최될 보직해임 심의위원회가 보직해임을 부결로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