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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법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있어서의 위법성조각사유 판단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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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시 명예훼손에 있어서의 위법성조각사유 판단기준

우리는 각종 사건사고를 접하면서 명예훼손이라는 용어를 자주 듣게 됩니다. 그만큼 명예훼손이라는 용어는 우리 생활 깊숙히 들어와 있는데요. 주의할 점은 허위의 사실 뿐만 아니라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거짓말로 남을 비방한 경우에만 법적으로 문제되고 내가 한 말은 사실이니까 괜찮을꺼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는 현행법상 틀린 말입니다. 진실한 사실을 말한 경우에도 처벌될 수 있으니까요. 

 
형법 제307조 제1항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이 되는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다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바로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범죄의 구성요건에는 해당되지만 위법하지 않아 결국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형법 제310조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310조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유의할 점은 이러한 위법성조각사유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해서만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거짓말을 꾸며내어 남을 비방한 경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겠지요. 

 

형법 제310조를 음미해 보면 결국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한 두 가지 요건을 발견하게 됩니다. 첫째는 진실성이고 둘째는 공익성입니다. 하지만 진실성, 공익성이라는 용어는 추상적 개념이기 때문에 좀 더 구체적 기준이 필요하게 됩니다. 대법원은 진실성과 공익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310조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정한다.여기서 진실한 사실이란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 

또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는 것인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ㆍ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한다.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사실의 내용과 성질,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여러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해야 하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2022. 2. 11. 선고 2021도10827 판결,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도8421 판결 등 참조).

 

요약하자면, 진실성이나 공익성 모두 100% 진실하거나 100% 공익을 위한 것임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핵심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면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더라도 진실성은 충족되는 것이고, 행위자의 주된 동기나 목적이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일부 사익적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공익성을 인정하겠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으로 위법성조각사유가 어느 정도 구체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불명확한 부분은 남아 있습니다. 특히 공익이 주된 목적인지, 비방이 주된 목적인지에 대한 판단은 법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모호한 기준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과연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형사처벌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피해자가 진실을 말할 수 없게 억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해 악의적인 가해자가 이 법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두 번 고통을 준다는 지적입니다. 국제적으로도 2015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는 대한민국의 사실적시의 명예훼손죄 규정을 폐지하도록 권고하기도 하였습니다. 국회에서도 이러한 시각에 기초하여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결국 상호 긴장관계에 있는 표현의 자유 보호와 개인의 명예 내지 사생활 비밀 보호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겠습니다. 

 

정리하자면,

1. 현행법상 진실을 말하고 다녀도 명예훼손으로 수사를 받고 처벌될 수 있다.

2.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있어서는 진실성과 공익성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될 경우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받지 않을 수 있지만, 그 해석과 적용은 법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3.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하여는 국내외 비판적 시각이 존재하며, 국회에서는 비범죄화가 논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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