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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다소 경미한 범죄를 범하여 약식명령을 선고받아 벌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피고인은 이에 승복하지 못할 경우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법정에서 판사에게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의 청구는 다음과 같이 지켜야 할 절차와 방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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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재판의 청구는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해야 합니다. (형소법 제453조 제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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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재판의 청구는 약식명령을 한 법원에 서면으로 제출해야 합니다. (형소법 제453조 제2항)
그런데 만약 피고인이 정식재판청구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정식재판의 청구기간이 경과한 경우 약식명령은 그대로 확정되고, 이 경우 약식명령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습니다.
다만 정식재판 청구기간이 경과하더라도 예외적으로 피고인에게 정식재판청구권회복청구의 방식을 통해 정식재판의 기회가 열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법적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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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조의 규정은 정식재판의 청구에 준용한다. (형소법 제458조 제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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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또는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상소 제기기간 내에 상소를 하지 못한 경우에는 상소권회복 청구를 할 수 있다. (형소법 제345조)
결국 상소권회복청구의 준용을 통해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 청구에도 "정식재판청구권회복청구"라는 권리구제절차가 인정되는 것입니다. 대법원도 피고인은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청구기간 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못한 경우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을 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8. 7. 11. 자 2008모605 결정 참조)고 하여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구체적 사실관계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입니다.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인정한 사례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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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식명령을 송달받은 피고인의 어머니 甲이 피고인을 위하여 정식재판청구서를 제출하면서 피고인과 甲의 성명만 기재하고 인장 또는 지장을 날인하거나 서명을 하지 않았음에도 법원공무원이 아무런 보정을 구하지 않은 채 이를 접수하여 정식재판청구사건의 공판기일이 지정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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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판사는 피고인 불출석으로 변론을 연기하면서 법정에 출석한 변호인과 甲에게 위 정식재판청구는 법령상의 방식을 위반하였음을 설명하고 다음 날 같은 이유로 정식재판청구 기각결정을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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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이 담당판사로부터 설명을 들은 당일 ‘법원공무원이 위 정식재판청구서에 대하여 아무런 보정을 구하지 않고 그대로 접수하여 피고인과 甲은 적법한 정식재판청구가 제기된 것으로 알고 정식재판청구기간을 넘겼으므로, 피고인 또는 그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청구기간 내에 정식재판청구를 하지 못한 때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피고인을 위하여 정식재판청구권회복청구를 하였음.
이에 대해 대법원은, 기존 정식재판청구서에 청구인의 날인 또는 서명이 없는데도 적법한 청구서로 오인하여 아무런 보정을 구하지 않고 이를 접수한 법원공무원의 잘못으로 인하여 피고인과 甲이 적법한 정식재판청구가 제기된 것으로 신뢰한 채 정식재판청구기간을 넘긴 것이므로 ‘피고인 또는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청구기간 내에 정식재판청구를 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고,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 회복결정을 하였습니다. (대법원 2023. 2. 13. 자 2022모1872 결정)
오늘의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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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정해진 방식과 기간은 반드시 지키자. 특히 기간이 도과할 경우 권리회복은 매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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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소기간이 도과하였을 경우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있는지 살펴본다.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 청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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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재판청구서에 날인이나 서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정요구를 하지 않는 것은 법원공무원의 잘못이며, 대법원은 이를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의 하나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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