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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어떤 기구이며 국제사법재판소(ICJ)와는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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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는 로마규정의 발효에 따라 개인의 국제형사법적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2003년 출범한 인류 최초의 상설 국제 재판소입니다. 국제형사법원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중대한 국제범죄를 저지른 개인에 대해 국제적인 형사책임을 추궁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는 독일 황제 빌헬름 2세에게 전쟁을 일으킨 책임을 추궁하려 하였으나 재판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연합국은 뉘른베르크 전범재판, 도쿄 전범재판을 통해 비로소 전쟁을 일으킨 개인을 단죄하였지만, 각 재판소는 종전 후 임시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소급처벌 논란이 일었고, 또한 재판은 근본적으로 승전국에 의해 패전국 지도자들을 처벌한 것이어서 승자의 정의(Victor's Justice)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논란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설적인 국제형사재판소가 미리 설립되고, 중대한 국제법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규범이 미리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형성된 냉전질서는 국제형사재판의 발전에 장애요소로 작용하였습니다. 이후 냉전이 종식되면서 국제형사재판 논의는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였고, 1995년 유엔총회는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준비위원회의 설치를 결의하게 됩니다. 마침내 1998년 7월 17일 로마에서 개최된 외교회의에서는 「국제형사재판소 규정(Rome Statute of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이 채택되었으며, 이는 2002년 7월 1일 발효하게 됩니다. 이를 통상 로마규정이라고 칭합니다. 이러한 로마규정에 근거하여 설립된 국제기구가 바로 국제형사재판소입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다음의 4가지 범죄를 관할합니다.

  • 제노사이드
  • 인도에 반한 범죄
  • 전쟁범죄
  • 침략범죄

 

로마규정이 채택될 1998년 당시 국제사회는 제노사이드, 인도에 반한 범죄, 전쟁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의 관할범죄로 하는 것에 대해 이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이 세 가지 범죄는 인류 전체의 공적이라는 점에 대해 별다른 의문이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침략범죄에 대하여는 국제사회가 일치된 입장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결국 1998년 로마규정이 채택될 당시에는 (i) 일단 침략범죄를 ICC의 관할대상범죄로 포함시키되, (ii) 침략범죄의 정의와 그 관할권 행사조건은 다음에 정하기로 하는 타협점에 도달합니다. 침략범죄의 정의와 관할권 행사조건은 그 후 2010년 캄팔라 재검토회의에서 정해지게 되었으며, 2017년 제16차 로마규정 당사국총회는 2018년 7월 17일부터 국제형사재판소가 침략범죄에 대한 관할권 행사를 개시하도록 결정하였습니다. 

 

ICC의 관할권 행사는 다음의 3가지 경로를 통해 개시될 수 있다. 

  • 당사국에 의해 사태가 소추관에게 회부되는 경우
  • 안전보장이사회가 헌장 제7장에 따라 사태를 소추관에게 회부하는 경우
  • 소추관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하는 경우

 

이러한 3가지 경로 중에서 당사국 회부 또는 소추관 독자수사로 사건이 개시되는 경우에는 ICC가 관할권을 행사하려면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즉 이러한 경우에는 범죄 발생지국이나 범죄인 국적국 중 어느 한 국가가 로마규정의 당사국이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전쟁범죄 등이 발생한 장소가 로마규정의 당사국이거나, 또는 전쟁범죄를 범한 자가 로마규정 당사국의 국적자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ICC는 해당 사건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안전보장이사회가 사태를 회부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제약 없이 ICC가 무조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안보리의 사태 회부는 헌장 제7장에 근거한 강제조치의 일환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침략범죄에 대한 ICC의 관할권 행사조건은 2010년 캄팔라 재검토회의에서 채택된 개정문에 의하기 때문에 나머지 3가지 범죄유형과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로마규정의 당사국으로서 설립초기부터 지금까지 ICC의 활동에 적극 참여해 왔습니다. ICC의 소장과 재판관 직위에는 한국인들이 계속하여 진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ICC의 당사국총회 의장에 한국인이 선출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2007년에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로마규정 체제의 국내이행수단도 마련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적극적 참여와는 달리 북한은 로마규정 당사국이 아닙니다. 또한 미국과 중국, 러시아도 로마규정에 가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최근까지 ICC 체제에 대하여 적대적인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중 영국과 프랑스만이 ICC 체제에 가입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ICC가 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가끔 국제형사재판소(ICC)를 국제사법재판소(ICJ)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양자는 완전히 서로 다른 별개의 조직입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로마규정이라는 다자조약을 통해 설립된 기구이며, 국제사법재판소는 유엔헌장을 통해 만들어진 유엔의 사법기구입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개인의 형사책임을 다룸에 반하여, 국제사법재판소는 국가간의 분쟁을 처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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