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보고 체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정확한 보고는 부대의 전투력 유지와 신속한 대응에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장교가 의도적으로 허위보고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실제 사건에서 한 지휘통제실장은 부대 사령관에게 거짓된 정보를 보고함으로써 큰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는 군형법과 일반 형법을 모두 위반한 혐의로 처벌받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해당 사건을 통해 군에서 허위보고가 어떤 법적 책임을 초래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실관계
모 군부대 탄약고 초소 인근에서 거동수상자가 초병의 정지 수하에 불응하고 도주한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로 인해 부대방호조치가 격상되는 등의 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해당 부대 지휘통제실장이었던 A는 빨리 상황을 수습하고자 하는 마음에 소속 부대 병사 B가 문제의 거동수상자가 아님을 알면서도 B와 공모하여 부대 사령관에게 “병사 B가 전날의 거동수상자이며 이를 자백하였다”라고 허위 보고를 하였습니다. 이에 속은 사령관은 격상된 부대방호조치를 해제하였습니다.
지휘통제실장 A에게는 어떤 죄가 성립할까요?
허위보고죄의 성립
군형법 제38조(거짓 명령, 통보, 보고)
① 군사(軍事)에 관하여 거짓 명령, 통보 또는 보고를 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적전인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2. 전시, 사변 시 또는 계엄지역인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3. 그 밖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② 군사에 관한 명령, 통보 또는 보고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군형법 제38조 제1항의 허위보고죄는 군사에 관하여 허위의 보고를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는 군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혼란을 초래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범죄입니다. 허위보고죄는 거짓을 보고함과 동시에 성립하며, 허위보고로 인하여 구체적인 직무집행방해의 결과가 발생할 것을 요건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군사에 관하여”란 군의 전투력의 유지, 증강에 관계되는 모든 사항으로서, 군정ㆍ군령에 관한 사항 중 직접ㆍ간접으로 작전(전투 및 군사훈련)에 영향을 미칠 사항을 말합니다. 군인의 상해가 구타로 인하여 발생한 것인데도 단순히 물건에 부딪혀 발생한 것으로 허위보고한 경우에도 여기의 “군사에 관한” 허위보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이러한 판례에 비추어 볼 때, 허위보고죄는 폭넓게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6도620 판결
군인 사이에 구타로 인하여 상해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해의 원인이 물건에 부딪혀 일어난 것이라고 허위로 보고한 것은 병력에 결원이 발생한 원인을 허위로 보고하고 군인 사이에 발생한 구타사고를 은폐함으로써 지휘관의 징계권 및 군사법권의 행사를 비롯하여 구타 사고에 대한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 등 병력에 대한 관리 작용에 해당하는 군행정절차를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서 군 본연의 임무수행에 중대한 장애가 초래되거나 이를 예견할 수 있는 사안에 관한 것이므로, 군형법 제38조의 ‘군사에 관한’ 허위의 보고에 해당한다.
또한 여기서 “보고”란 부하가 상관에게 하는 의미내용의 전달로서 의욕의 표시도 가능하며, 신고ㆍ건의 등도 이에 속합니다.
여기서 “거짓”이라 함은 형법상 위증죄와 마찬가지로 “주관적 허위”로 이해합니다. 즉 체험한 사실을 자신의 기억에 반하여 진술하는 것이 여기서 말하는 “거짓”입니다. 따라서 설사 보고한 사항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는 경우에도 주관적으로 허위라고 인식한 경우에는 허위보고죄가 성립하며, 반대로 주관적으로 진실이라고 믿고 한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진실과 부합되지 않은 경우에도 허위보고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허위에 대한 인식은 확정적일 필요는 없고, 미필적 인식도 충분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다만 허위의 내용은 명령이나 보고 등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합니다.
사안의 경우 지휘통제실장 A는 주관적으로는 물론 객관적으로도 진실에 반한 사항을 부대 지휘관에게 보고하였습니다. 또한 보고의 내용도 부대 탄약고 인근에 나타난 거동수상자의 신원에 관한 것으로 군사에 관한 보고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휘통제실장 A에게는 허위보고죄가 성립합니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성립
형법 제137조(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위계로써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위계에 의하여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공무집행방해의 수단이 폭행협박이 아니라 “위계”이며, 대상에 있어서도 현재 직무를 집행하고 있는 공무원일 것을 요하지 않고 장래의 직무집행을 예상한 경우도 포함한다는 점에서 협의의 공무집행방해죄와 구별됩니다.
여기서 “위계”란 타인의 부지 또는 착오를 이용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속임수를 쓰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시험문제를 사전에 입수하거나, 답안쪽지를 전달하는 경우, 운전면허시험에 대리응시하는 경우, 입학원서 추천서란을 허위기재하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본죄는 위계에 의해 공무원의 현실적인 직무집행이 방해된 경우에 성립합니다.
사안의 경우 지휘통제실장 A는 지휘관에게 허위의 보고를 하였고 이는 “위계”에 해당합니다. 또한 지휘관은 A의 허위보고를 받은 이후 격상된 부대방호조치 등을 해제하였습니다. 이는 지휘관으로서의 정상적인 직무집행을 방해한 경우에 해당한다 하겠습니다. 결국 A에게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합니다.
허위보고죄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관계
그렇다면 지휘통제실장 A에게는 허위보고죄뿐만 아니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도 성립합니다. 그렇다면 두 죄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군사법원은 양 범죄가 서로 별개의 범죄로서 보호법익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실체적 경합관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두 가지 범죄가 별도로 성립하는 경우에는 양형에 있어서 피고인에게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해군본부 보통군사법원 2020. 6. 11. 선고 2019고12 판결
군형법 제38조 제1항 허위보고죄는 군사에 관하여 허위의 보고를 발함으로써 군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혼란을 초래하는 행위를 벌하는 죄이며, 거짓을 보고함과 동시에 허위보고죄는 성립하고 허위보고로 인하여 구체적인 직무집행방해의 결과 발생을 요구하지 않는 반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행위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착각부지를 일으켜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함으로써 공무원의 현실적인 직무집행이 방해되는 경우에 성립하며, 양 죄는 범죄의 성립시기, 행위의 태양이나 객체, 주체 등을 달리하는 별개의 범죄로서 서로 보호법익이 다르고, 법률상 1개의 행위로 평가되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두 죄는 실체적 경합관계로 보아야 한다. (고등군사법원도 이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였음)
판결의 시사점
본 사건에서 지휘통제실장 A는 허위보고를 통해 부대의 방호조치를 해제하게 만들었으며, 이에 대해 군사법원은 군형법 제38조 허위보고죄 및 형법 제137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여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 허위보고죄의 폭넓은 적용
- 군형법상 허위보고죄는 단순히 거짓된 내용을 보고하는 행위만으로도 성립합니다.
- 허위보고로 인해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며, 특히 군의 작전이나 지휘에 영향을 미칠 경우 더욱 엄중하게 다뤄집니다.
- 대법원 판례에서도 구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 보고를 한 경우 역시 "군사에 관한 허위보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와의 관계
-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위계로 인해 실제로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방해된 경우 성립합니다.
- 이번 사건에서 A의 거짓 보고로 인해 사령관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고, 부대 방호조치가 해제되는 결과가 초래되었습니다.
- 군사법원은 허위보고죄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별개의 범죄로 보고 실체적 경합범으로 판단하여, 더욱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 군대 내 허위보고의 중대성
- 군은 위계질서와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조직입니다.
- 잘못된 정보가 보고되면 전투력 유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때로는 군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 따라서 허위보고는 군사법상 매우 엄중한 범죄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맺음말
군대에서 허위의 보고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큰 죄입니다. 허위보고로 인해 군의 기능을 마비되고 혼란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허위보고로 인해 군의 기능이 정상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면 허위보고죄와는 별도로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위 사례가 대표적 예입니다. 실제 사안에서 지휘통제실장 A는 군사법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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