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은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로, 이를 보호하기 위해 군사기밀 보호법은 강력한 처벌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 적용 과정에서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의 범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따라 처벌의 경중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군사기밀보호법 제13조 제1항의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의 정의와 이를 둘러싼 법적 쟁점들을 군사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 결정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법률 규정과 쟁점
군사기밀 보호법 제13조 (업무상 군사기밀 누설)
①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이 그 업무상 알게 되거나 점유한 군사기밀을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사람 외의 사람이 업무상 알게 되거나 점유한 군사기밀을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군사기밀 누설 행위에 대한 형량에 큰 차이가 납니다.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에 해당될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되고, 이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실제 사례에서는 군사기밀 누설의 주체가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인지 아닌지가 다투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검찰이 특정 사건에서 군사기밀 보호법 제13조 제1항을 적용하여 기소하였다면,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의 인정범위가 좁게 해석되길 바랄 것입니다. 반면, 검찰 입장에서는 그 인정범위가 넓게 해석되길 바라겠지요.
고등군사법원 판례
이와 관련하여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고등군사법원 판례인데, 당시 피고인 측은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의 범위를 해당 비밀의 생산자, 해당 비밀의 보관책임관 정ㆍ부에 임명된 자 또는 임명되었던 자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군사기밀 보호법 제13조 제1항의 적용을 피하기 위한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고등군사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고등군사법원 2015. 6. 30. 선고 2015노38 판결】
군사기밀 보호법은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자에게 지정된 군사기밀에 대하여 군사기밀이라는 뜻을 표시ㆍ고지하거나 군사기밀의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고, 국방보안업무훈령은 비밀은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자로서 그 비밀과 업무상 관련이 있는 자가 취급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비밀의 생산, 비밀의 관리, 비밀취급 인가권자 및 절차 등에 대하여는 “비밀의 취급”과는 별도의 장ㆍ절에서 규정하고 있어 결국 군사기밀 보호법 제13조 제1항의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의 범위를 해당 비밀의 생산자, 해당 비밀의 보관책임관 정ㆍ부에 임명된 자 또는 임명되었던 자에 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
군사기밀 보호법 제13조 제1항의 적용 가능성을 넓히는 해석입니다. 이러한 논리를 토대로 고등군사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피고인이 군사기밀 보호법 제13조 제1항의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 피고인이 소속된 부서는 공군전략 발전 및 항공우주군 발전기반 조성을 목표로 공군의 핵심 전력체계의 전력화를 추진하고 전력 운영계획을 수립하며 관련 예산을 운영하는 부서로서 공군 전체의 방위력 개선사업과 관련된 다량의 비밀을 생산하여 보관하고 있는 점
- 범행 당시 피고인은 부서의 성능개량담당으로서 과장을 제외한 부서원 중 가장 선임자의 지위에 있었던 점
- 부서의 선임장교는 부서장을 보좌하여 나머지 부서원의 업무를 지도ㆍ감독하는 것이 통상이고 부서장 부재시 그 직무를 대리하는 지위에 있었던 점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
한편 군사기밀보호법 제13조 제1항의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동 조항에 벌금형이 없어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주장으로 헌법소원이 제기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군사기밀보호법 제13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서 부수적으로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의 규범적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주요 부분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헌법재판소 2020. 5. 27. 선고 2018헌바233 결정】
사전적으로 “업무”는 직장 같은 곳에서 맡아서 처리하는 일을 뜻하고, “취급한다”는 것은 물건이나 일 따위를 대상으로 삼거나 처리하는 것을 뜻하는바,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은 직업적으로 군사기밀에 관한 사무를 맡아서 처리하는 사람 또는 처리하였던 사람을 뜻한다.
대법원은 군사기밀 보호법 제13조 제1항의 “업무”를 직업 또는 직무로서 계속적으로 행하는 일정한 사무를 통칭하고 그 직업, 직무는 법령에 의하든, 관례에 의하든, 계약에 의하든 관계없으며(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5도10382 판결 등),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한 자”라는 규정은 주된 업무뿐만 아니라 보조업무상 필요로 당해 군사기밀을 열람하여 참고할 수 있는 지위에 있거나 업무에 종사하는 자도 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6. 8. 18. 선고 2014도13403 판결 등).
“업무”나 “취급”에 대해 입법자가 일일이 세분하여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 군 조직 구조의 변화, 기술의 발전, 군 전문성 및 역량 강화 등으로 인하여 앞으로도 새로운 형태의 업무가 나타날 수 있고,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것 또한 군사기밀의 수집ㆍ열람ㆍ저장ㆍ가공ㆍ검색ㆍ보관 등의 행위가 모두 포함될 수 있으므로, 업무의 내용, 유형이나 취급의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열거하도록 한다면 경우에 따라 필요한 규제를 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판례와 헌재 결정의 시사점
첫째,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의 범위는 넓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고등군사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의 범위를 단순히 비밀 생산자나 보관책임자에 한정하지 않고, 비밀과 업무적으로 관련된 자로 폭넓게 해석하였습니다. 이는 군사기밀의 보호가 특정 직무에 국한되지 않고, 군사기밀을 직접 다루거나 열람하는 모든 관련자의 책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둘째, 군사기밀의 취급 행위는 다양한 유형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군사기밀의 취급 행위를 단순한 보관이나 생산에 국한하지 않고, 수집, 열람, 저장, 가공, 검색 등 모든 관련 행위를 포함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현대 군 조직의 복잡성과 기술적 진보를 반영하여, 군사기밀 보호의 범위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셋째, 군사기밀 보호법은 명확성 원칙을 충족한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업무"와 "취급"이라는 용어가 다소 포괄적으로 사용되었지만, 군사기밀 보호법의 입법목적과 맥락을 고려할 때 이를 법관의 해석으로 보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과 입법기술의 현실적 한계를 조화롭게 해석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넷째, 군사기밀 취급자 판단 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고등군사법원 판례는 조직 내 지위, 직무상 역할, 업무의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군사기밀 취급자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단순한 직책이나 명칭보다는 실질적인 업무 수행과 역할이 법적 판단에서 더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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