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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법

부대 성고충상담관에게 한 허위진술, 무고죄로 처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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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성고충상담관에게 털어놓은 말도 무고죄가 될 수 있다?"


군대라는 폐쇄적 환경에서 불거진 사건 하나가 큰 법적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부대 성고충상담관에게 한 허위진술이 무고죄로 처벌받은 사례로, 단순한 상담 중 발언도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성고충상담관과의 상담은 안전한 대화의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안에서 허위 사실을 말해 타인에게 징계나 형사처벌을 초래했다면 이는 심각한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위 사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무고죄에서 허위신고의 상대방이 어느 범위까지 인정되는지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사실관계

모 부대 여단장이었던 대령 A는 여단 직할부대에 근무하던 여군 하사 B와 불륜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부대의 여군 하사 C도 마찬가지로 소령 D와 불륜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한편 여군 하사 C의 남자친구였던 E는 자신의 여자친구 C 하사D 소령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오해하여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불륜관계를 맺고 있던 여군 하사 C는 부대 성고충상담관을 찾아가 자신이 소령 D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 진술을 하게 되고, 더 나아가 생뚱맞게도 여군 하사 B도 여단장 A 대령으로부터 성적 피해를 입고 있으니 도와 달라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불륜관계를 덮기 위해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들인 것이죠.

 

부대 성고충상담관은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후 그 내용을 곧바로 사단장에게 보고합니다. 그리하여 여단장 A 대령에 대한 수사 및 징계절차가 진행되었습니다.

 

관련 법률 조항

결국 여군 하사 C는 모해위증, 무고 혐의로 기소되었고, C가 전역함에 따라 무고죄 재판은 민간법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무고죄는 형법 제156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형법 제156조 (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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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쟁점

C에 대한 무고죄 재판 도중 법적 쟁점이 하나 생겨납니다. 무고죄에서는 허위사실 신고의 대상을 공무소 또는 공무원이라고 규정하는데, 성고충상담관도 여기의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해당되는지가 문제된 것이죠.

 

일반적으로 형사사건의 경우 경찰서에 신고하거나, 징계사건의 경우 징계권자 내지 징계 관련 부서에 허위사실을 신고하면 무고죄가 성립합니다. 그런데 과연 불륜관계를 은폐하기 위해 성폭력을 당했다고 성고충상담관에게 말한 것도 무고죄에 해당될까요?

 

무고죄에서의 허위신고의 대상: 공무소 또는 공무원의 의미

무고죄에서 허위신고의 상대방은 "공무소 또는 공무원"입니다. 그러나 여기서의 "공무소 또는 공무원"은 모든 공무소 또는 공무원이 아니라,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에 대하여 직권행사를 할 수 있는 해당 관서 또는 그 소속 공무원을 말합니다.

 

형사처분의 경우에는 수사기관인 검사, 사법경찰관 및 그 보조자를 포함하며, 징계처분의 경우에는 징계권자 또는 징계권의 발동을 촉구하는 직권을 가진 자와 그 감독기관 또는 그 소속 구성원을 말합니다. 

 

무고죄에서 허위신고의 상대방인 “공무소 또는 공무원”이란 징계처분에 있어서는 징계권자 또는 징계권의 발동을 촉구할 수 있는 직권을 가진 자와 그 감독기관 또는 소속 구성원을 말한다.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10202 판결 등)

 

무고죄에 있어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한 신고는 반드시 징계처분 또는 형사처분을 심사 결행할 직권이 있는 직속상관에게 직접 할 것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고, 지휘명령계통이나 수사관할 이첩을 통하여 그런 권한 있는 상관에게 도달함으로써 성립한다. (대법원 1973. 1. 16. 선고 72도113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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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판단

위에서 살펴본 법리상 무고죄에 있어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한 신고는 반드시 징계처분 또는 형사처분을 심사 결행할 직권이 있는 직속상관에게 직접 할 필요는 없고, 지휘명령계통이나 수사관할 이첩을 통하여 그런 권한 있는 상관에게 도달하게 해도 무방하기 때문에, 결국 부대의 성고충상담관에게 신고해도 그 내용이 징계권자에게 도달될 수 있는 것인지 여부를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이는 결국 성고충상담관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관련 규정에 대한 검토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법원은 부대의 성고충상담관도 무고죄에서 허위신고의 상대방인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그 근거로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제시되었습니다.

  • 부대의 성고충상담관은 부대원이 겪는 성희롱, 성폭력, 성차별 등 성 관련 고충을 상담하고 부대장에게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 직책인 점
  • 실제 이 사건에서도 여군 하사 C가 부대 성고충상담관에게 상담하면서 “여군 하사 B가 여단장 A로부터 성적 피해를 입고 있으니 도와 달라”는 취지로 신고하자, 성고충상담관은 곧바로 사단장에게 보고하였고, 이후 A에 대한 수사 및 징계절차가 개시된 점

 

위와 같은 쟁점 이외에도 법원은 다음과 같은 법리를 원용하면서 C에게 무고죄의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 무고죄에서 요구되는 허위사실 적시의 정도: 수사권 또는 징계권 발동을 촉구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반드시 범죄구성요건 사실이나 징계요건 사실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는 없다. 사례에서 C 하사가 성고충상담관에게 신고한 허위사실도 A 대령에 대한 수사권, 징계권 발동을 촉구할 정도로 충분하였다. 
  • 무고죄 신고의 자발성: 무고죄에서의 신고는 자발적인 것이어야 한다. 수사기관의 추문에 대하여 허위의 진술을 하는 것은 무고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진술이 자발적인 것인지 여부는 수사기관의 질문과 진술자의 답변 형식 및 내용, 그와 같은 질문과 답변이 나온 전후 맥락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5도1717 판결 등) 사례에서 C 하사는 성고충상담관이 묻지도 않았는데 “여군 하사 B가 여단장 A로부터 성적 피해를 입고 있으니 도와 달라”는 말을 하였기 때문에 허위신고의 자발성이 인정된다.
  • 무고죄에서 요구되는 고의의 정도: 무고죄에서 요구되는 고의는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다. 따라서 무고죄는 신고자가 진실하다는 확신 없는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한다.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5도4642 판결) 사례에서 여군 하사 C는 또 다른 여군 하사 B로부터 성적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사실이 없었기 때문에 “여군 하사 B가 여단장 A로부터 성적 피해를 입고 있으니 도와 달라”라는 취지의 신고를 하면서 “신고내용이 진실하다는 확신이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판결의 시사점

위 사례와 법원 판결을 통해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사실확인 없는 신고는 매우 위험합니다. 무고죄는 허위인 점을 알고서 신고한 경우뿐만 아니라,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신고한 경우에도 성립합니다. 따라서 타인이 징계나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내용을 신고할 경우 반드시 사실관계에 대한 철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추측이나 감정에 따라 신고할 경우 주변인에게도 피해가 갈 뿐만 아니라 자신도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둘째, 부대 성고충상담관과의 상담에서도 허위사실을 말하거나 추측성 발언을 할 경우 법적 책임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상담과정에서 말한 내용은 비밀이 보장됩니다. 그러나 상담내용 중 범죄가 포함되어 있거나 타인의 생명, 신체에 대한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 상담관은 부대 지휘관에게 이를 알릴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부대 성고충상담관은 상담내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곧바로 부대 지휘관에게 이를 알렸고, 이후 수사와 징계절차가 개시되었습니다. 

 

셋째, 거짓말의 대가는 큽니다. 자신을 방어하거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허위진술이 예상치 못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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