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나 군무원에 대한 징계절차에서 징계혐의자 내지 징계심의대상자는 변호사를 대리인을 선임하여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징계위원회에서는 징계심의대상자는 물론 대리인에게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해 주어야 합니다. 이는 징계에 있어서 절차적 정당성이 부여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방부 군인ㆍ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 제24조 (대리인의 선임)
① 징계심의대상자는 변호사 또는 학식과 경험이 있는 자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징계사건에 대한 보충진술과 증거제출을 하게 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라 징계심의대상자의 대리인으로 선임된 사람은 그 위임장을 미리 징계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국방부 군인ㆍ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 제26조 (신문과 진술권)
③ 위원장은 징계심의대상자와 대리인에게 최종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런데 사관생도가 징계를 받게 될 경우 해당 생도에게도 일반적인 군인과 마찬가지로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여 방어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을까요? 그리고 생도에 대한 훈육위원회를 개최할 경우 생도의 대리인도 참여시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어야 할까요?
2015년 어느 한 사관생도가 징계를 받는 과정에서 대리인으로 선임한 변호사의 참여를 요청하였지만, 사관학교 측이 이를 거부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관생도 측은 이를 두고 중대한 절차적 하자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 사건은 결국 대법원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 법적 쟁점, 하급심과 대법원의 판단, 그리고 대법원 판결이 가지는 함의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사실관계
A는 사관생도 신분으로 각종 비위를 저질러 퇴학처분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학교 측은A 생도에 대한 퇴학처분을 하면서 “징계처분서”를 교부하지 않았고, 결국 A 생도에 대한 퇴학처분은 법원에서 절차 위반을 이유로 취소되었습니다. 학교측은 다시 절차를 준수하여 A 생도에 대한 재징계를 추진하였고, 학교 훈육위원회에서는 A 생도에 대한 출석통지서를 교부하면서 훈육위원회 심의에 출석할 것을 통지하였습니다.
한편 A 생도는 자신에 대한 징계에 대비하여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였는데, A 생도의 대리인도 훈육위원회에 생도와 함께 출석하고자 사관학교 정문에 도착하여 출입허가를 요청하였으나, 학교측은 이를 거부하였고, 결국 훈육위원회에는 A 생도만 출석하여 진술하였습니다. A 생도는 다시 퇴학처분을 당하였고, 절차적 정당성을 다투면서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법적 쟁점
퇴교처분의 취소를 다투는 소송에서는 사관생도의 대리인에게 훈육위원회 출석을 막은 점이 쟁점의 하나로 부각되었습니다. 생도 측은 생도에 대한 징계절차에서 대리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점은 중대한 절차위반이라고 주장한 반면, 학교 측은 사관생도에 대한 징계절차에서 대리인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근거규정이 없기 때문에 대리인을 참여시키지 않았다고 하여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하급심 법원 판단
1심판결은 사관생도에 대한 징계절차에서 대리인의 참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에 징계절차에 하자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2심법원도 동일한 판단을 하였습니다. 특히 하급심 판결은 사관생도 징계에 대하여 행정절차법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구지방법원 2015. 9. 15. 선고 2015구합22259 판결
(1)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을 위반하였는지 여부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은 군인사법 제10장, 군인징계령, 군인징계령 시행규칙 및 군무원인사법 제7장, 군무원인사법 시행령 제7장의 규정에 따라 군인 및 군무원의 징계와 징계부가금 부과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위 훈령 제14조 제1항은 ‘징계심의대상자는 변호사 또는 학식과 경험이 있는 자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징계사건에 대한 보충진술과 증거제출을 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처분은 군인사법 및 군인징계령에 의한 징계가 아니어서, 위와 같은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 제14조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할 것이므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서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이 적용되어야 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행정절차법을 위반하였는지 여부
행정절차법에 의하면, 당사자 등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으며(제12조 제1항), 대리인은 그를 선임한 당사자를 위하여 행정절차에 관한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제12조 제2항, 제11조 제4항).
그러나 행정절차법 제3조 제2항 제9호,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8호에 의하면 ‘학교·연수원등에서 교육·훈련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학생·연수생 등을 대상으로 행하는 사항’에 대하여는 행정절차법을 적용하지 아니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여기에는 각급 학교 학생 및 연수생의 입학·퇴학·졸업·수료·성적평가 등과 교육·훈련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징계결정 등이 포함된다고 할 것인바, 육군3사관학교 설치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 의한 육군3사관학교의 퇴학처분도 위 행정절차 관계법령이 적용되지 않는 사항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처분에는 행정절차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서 행정절차법이 적용되어야 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달리 육군3사관학교 설치법이나 그 시행령, 육군3사관학교 학칙이나 사관생도 행정예규 등에서 사관생도의 징계절차에서 대리인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근거규정도 찾을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특히 하급심이 사관생도에 대한 징계절차에서 행정절차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근거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행정절차법 제3조(적용 범위)
② 이 법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항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9. 「병역법」에 따른 징집ㆍ소집, 외국인의 출입국ㆍ난민인정ㆍ귀화, 공무원 인사 관계 법령에 따른 징계와 그 밖의 처분, 이해 조정을 목적으로 하는 법령에 따른 알선ㆍ조정ㆍ중재(仲裁)ㆍ재정(裁定) 또는 그 밖의 처분 등 해당 행정작용의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거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사항과 행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2조(적용제외)
법 제3조제2항제9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라 함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항을 말한다.
8. 학교ㆍ연수원등에서 교육ㆍ훈련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학생ㆍ연수생 등을 대상으로 행하는 사항
대법원 판단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사관생도에 대한 징계절차에 있어서도 징계심의대상자인 생도는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여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그 법적 근거로 행정절차법을 들었습니다. 즉 하급심 법원은 사관생도 징계에 대하여 행정절차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그 반대로 판단한 것입니다.
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6두33339 판결
육군3사관학교의 사관생도에 대한 징계에 관해서는 「육군3사관학교설치법 시행령」, 「육군3사관학교 학칙」과 그 하위 규정인 「사관생도 행정예규」에 징계권자, 징계사유, 징계의 종류, 징계의 절차에 관하여 군인에 대한 징계절차의 일반법인 「군인사법」 제10장과는 다른 내용이 특별히 규정되어 있고, 이는 학교생활과 사관생도 신분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므로, 「군인사법」 제10장이 직접 적용될 여지는 없다.
한편,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이하 ‘국방부 징계훈령’이라 한다)은 제14조 제1항에서 “징계심의대상자는 변호사 또는 학식과 경험이 있는 자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징계사건에 대한 보충진술과 증거제출을 하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이미 행정절차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항을 군징계권자가 간과하지 않도록 확인적⋅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국방부 징계훈령 제14조 제1항이 육군3사관학교의 사관생도에 대한 징계절차에 직접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육군3사관학교의 사관생도에 대한 징계절차에서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여 방어권을 행사할 권리가 부정된다는 의미로 볼 것은 아니며, 행정절차법 제12조 제1항 제3호, 제2항, 제11조 제4항 본문에 따라 변호사 대리가 당연히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이 근거로 들고 있는 행정절차법 관련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행정절차법 제12조(대리인)
① 당사자등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다.
1. 당사자등의 배우자, 직계 존속·비속 또는 형제자매
2. 당사자등이 법인등인 경우 그 임원 또는 직원
3. 변호사
4. 행정청 또는 청문 주재자(청문의 경우만 해당한다)의 허가를 받은 자
5. 법령등에 따라 해당 사안에 대하여 대리인이 될 수 있는 자
② 대리인에 관하여는 제11조제3항·제4항 및 제6항을 준용한다.
행정절차법 제11조 제4항
대표자는 각자 그를 대표자로 선정한 당사자등을 위하여 행정절차에 관한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행정절차를 끝맺는 행위에 대하여는 당사자등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히 하급심은 사관생도 징계에 대하여 행정절차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지만, 대법원은 행정절차법 적용을 제외하는 규정을 좁게 해석하면서 사관생도에 대한 퇴학처분과 같이 신분을 박탈하는 징계처분에는 여전히 행정절차법이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6두33339 판결
행정절차법 제3조 제2항,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2조 등 행정절차법령 관련 규정들의 내용을 행정의 공정성, 투명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행정절차법의 입법 목적에 비추어 보면,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제외되는 공무원 인사관계 법령에 의한 처분에 관한 사항이란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처분이나 행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처분에 관한 사항만을 말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공무원 인사관계 법령에 의한 처분’에 해당하는 육군3사관학교 생도에 대한 퇴학처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리고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2조 제8호는 ‘학교·연수원 등에서 교육·훈련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학생·연수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항’을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제외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교육과정과 내용의 구체적 결정, 과제의 부과, 성적의 평가, 공식적 징계에 이르지 아니한 질책·훈계 등과 같이 교육·훈련의 목적을 직접 달성하기 위하여 행하는 사항을 말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생도에 대한 퇴학처분과 같이 신분을 박탈하는 징계처분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사관생도에 대한 징계절차에서 징계심의대상자의 대리인이 징계위원회 심의에 출석하여 진술하는 것을 막은 경우 징계처분은 위법하여 원칙적으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러한 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지장이 초래되지 않았다면 징계처분을 취소할 것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6두33339 판결
육군3사관학교의 사관생도에 대한 징계절차에서 징계심의대상자가 대리인으로 선임한 변호사가 징계위원회 심의에 출석하여 진술하려고 하였음에도, 징계권자나 그 소속 직원이 변호사가 징계위원회의 심의에 출석하는 것을 막았다면 징계위원회 심의·의결의 절차적 정당성이 상실되어 그 징계의결에 따른 징계처분은 위법하여 원칙적으로 취소되어야 한다.
다만 징계심의대상자의 대리인이 관련된 행정절차나 소송절차에서 이미 실질적인 증거조사를 하고 의견을 진술하는 절차를 거쳐서 징계심의대상자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으로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징계권자가 징계심의대상자의 대리인에게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더라도 그로 인하여 징계위원회 심의에 절차적 정당성이 상실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징계처분을 취소할 것은 아니다.
실제 위 사례에서도 A 생도에 대한 두 번째 퇴학처분은 비록 대리인의 출석을 막은 절차상 하자가 있지만,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이 초래된 것이 아니라고 보아 A 생도에 대한 퇴학처분은 취소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판결의 시사점
위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법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행정절차법에 따라 사관생도도 징계절차에서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다.
- 사관생도에 대한 징계절차에서도 대리인(변호사)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 사관생도에 대한 징계절차에서 대리인(변호사)의 징계위원회 출석을 막는다면 원칙적으로 징계가 취소될 수 있다.
- 다만, 절차적 위법이 있더라도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지장이 없었다면 예외적으로 징계가 취소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판결은 사관생도에 대한 징계절차에서도 대리인 선임권, 대리인의 참여권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사관학교뿐만 아니라 군대 내 다른 징계절차에서도 방어권 보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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